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31일 19시 2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시장은 그 동안 조선업계를 빅5(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한진중공업(097230), STX조선해양(067250))와 Non-빅5로 구분했다. 시장에선 빅3(현대, 삼성, 대우)로 좁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누구도 선뜻 제시하진 못했다. 이제는 시각을 바꿔보자는 첫 시도가 지난 9월 한국기업평가 정상훈(사진)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조선업, 연속된 위기를 지나면서 빅5에서 빅3로 허들을 높이다`란 리포트였다.
그의 리포트는 14회 SRE에서 전체 응답자 112명 중 26명(23%)으로부터 인상적인 연구보고서로 선정됐다. 베스트리포트 후보 15개 중 2위다. 정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9년 9회 SRE에서도 `구조조정 발단이 된 선박금융시장에 대한 논의`로 베스트 리포트 1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던 인물이다.
정 수석연구원이 조선업계의 허들을 빅3로 높인 이유는 해양플랜트사업(석유시추설비)에서 비롯된다. 그는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부터 삼성과 대우의 해양플랜트사업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건데, 그러한 준비성과 경영능력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처음부터 그가 해양플랜트사업을 긍정적으로 봤던 건 아니다. 해양플랜트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 기존 상선 시장의 부진을 커버할 수 있는 규모가 되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조선 수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삼성과 대우의 포트폴리오가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조선사의 또 다른 진화 단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머리를 썼던 2, 3등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 추가적인 레벨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 동안 현금성자산으로 봤던 선수금을 차입금으로 인식해 평가를 해야 한다고 한 점도 인상적이다. 신용평가사로서 지금까지 사용했던 평가방법을 수정하고, 그걸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평가방법에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가서를 수정하고 공개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결국 시장이 변하면서 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공개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언급하는 게 우리와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포트 발표 후 기업들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시장과 기업이 각자의 길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 평행선이 조금씩 기울어져 격차가 줄어든 것 같다"고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소통`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가 베스트 리포트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결과였다.
그는 "이번 리포트는 시장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며 누구나 생각했던 것"이라며 "시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잘 정리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관련기사 ◀
☞현대重, 서울아산병원과 의료용 로봇 개발 본격화
☞현대重, 터키에 지진 피해 구호장비 지원
☞[특징주]조선株, 유럽發 훈풍에 `뱃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