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사실 자본의 생리는 정치 문제 자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제 정책에 엄청난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수익만 추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가에서도 중간 선거나 대통령 선거만큼은 일반 정치적 이슈와 달리 높은 관심을 받는다. 선거에서 어느 당이 의회나 행정부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경제 및 통화 정책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중간 선거가 어쨌든 끝났다. 박빙의 접전이 예상되는 상원과 달리 하원은 민주당의 장악이 확실해 보인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선호해왔던 월가에 악재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7일 뉴욕 주식시장의 이틀째 상승도 이같은 분석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단 선거가 끝났다는 점은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일이다. 또 정부와 의회를 각각 다른 당이 장악했던 1990년대 클린턴 정권 하에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경제 호황이 나타났다는 이유도 있다.
정부와 의회가 각각 다른 당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는 구도를 흔히 `그리드락(Gridlock)`이라고 부른다. 그리드락은 교차점 등에서 사방에서 진입한 차량들이 엉겨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상태, 즉 정체 상태를 일컫는다. 정부와 의회의 주도 세력이 다르다 보니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드락`이 오히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각기 다른 리더십에 따라 움직이면 어느 한쪽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부시 정권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떠오른 대규모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는 해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중간 선거 결과가 주식시장에 가장 좋은 조합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비록 장중 사상최고를 경신했던 다우 지수가 오후들어 오름폭을 줄였지만 기본 상황 자체는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위든 앤 코의 스티븐 골드만 애널리스트는 "선거 결과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반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투자자들은 선거 결과 보다 기업 실적 호전, 미국 경제 연착륙,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동결 지속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스턴 앤 코의 래리 페루지 트레이더도 "선거 결과 기대와 전날 랠리의 연장선상에서 주가가 또다시 상승했다"면서 "시장은 상원의 극적 변화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프루덴셜 증권의 찰스 가브리엘 애널리스트는 "그리드락은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ING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젠드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식시장이 최고로 주목해야 할 요인은 부동산 시장"이라며 "그러나 부동산 둔화가 주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