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에서는 현시점이 ‘옥석 가리기’에 최적화된 타이밍이라며 지금 같은 시기에 다수 VC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일수록 유니콘으로 도약할 될성부른 떡잎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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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VC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혹한기가 이어졌던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이 낸 성과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고 있거나 되도록 빨리 낼 수 있는지 능력을 보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계산하는 편”라고 전했다. 또 다른 VC 업계 관계자 역시 “특히 소비재, B2C, 플랫폼 섹터 투자 시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며 “원천기술이 있는 경우나 바이오의 경우 조금 다르지만, 이 경우 향후 매출 파이프라인을 중시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단계부터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커서 회수(엑시트)가 용이한 딜을 우선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 전략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재무 현황이 미흡하더라도 높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거래소가 관련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을 높여 상장 추진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났다.
국내와 비슷하게 새로운 투자 전략의 판을 짜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VC들은 ‘컴퍼니빌딩’이라는 묘책을 내놨다. VC가 초기 운영 자금이나 경영지원·참여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거나 직접 유망한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발굴해 스타트업을 차리는 식이다. 글로벌 VC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신생 VC가 늘어가는데 그만큼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VC도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소형·신생 V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대형 VC들이 펼치던 전략 대신 글로벌 전략을 선구적으로 따오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기존에 함께 운영하던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분리해 초기 단계부터 후기 투자까지 전반을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액셀러레이터(AC) 조직이 극초기 단계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그중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 VC 조직이 후속투자를 단행하는 식이다.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혹한기가 예상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투자된 스타트업일수록 ‘유니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VC 한 대표는 “투자 호황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은 양적 성장이 확대된 시기로 볼 수 있는데 몇 년이 지나고 이들 중에서 걸러진 기업들이 남은 것”이라며 “살아남은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에 ‘질적 성장’을 이루게 될텐데 이런 기업에 투자하면 실수할 확률이 적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