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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모두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달 두 차례 인상에 이어 또 다시 금리를 올렸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금리도 지난달 11일부터 세 번에 걸쳐 최대 0.7%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한 달 사이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대출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예금금리 시장은 다르다. 예금금리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거치식 예금과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를 상품별로 연 0.15~0.2%포인트씩 인하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정기예금(36~60개월 이상)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씩 인하했다. 적금 금리 또한 0.10~0.2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오는 16일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예금(36개월 이상)의 기본 금리를 0.2%포인트씩 인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가계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국민은행이 2.42%포인트로 가장 컸고 NH농협은행(2.29%포인트), 신한은행(2.2%포인트), 우리은행(2.19%포인트), 하나은행(1.96%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지표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차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금리 간 격차는 두 시장에 작동하는 논리가 달라서다. 즉, 가계대출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관치금리가 작동하고, 예금시장에는 시장금리가 온전히 적용돼서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 반등에 따라 증가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 7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708조 5723억원) 대비 7조 1660억원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2021년 4월(9조 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월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부정적 메시지를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초 은행장 간담회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비치자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화답한 모양새가 현재의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시장금리에 있다. 은행권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인 은행채 5년물은 지난 7일 3.216%로 한달 새 0.2%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지난 5일에는 연중 최저인 3.10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3.52%를 기록했다. 조달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오히려 대출금리는 올랐다. 이런 탓에 대출금리가 관치금리란 오명을 듣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