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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가진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9곳뿐이다. 수치예보모델이란 대기의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는 역학·물리방정식을 슈퍼컴퓨터로 풀어서 미래의 대기상태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2020년 4월부터 자체 개발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Korean Integrated Model)을 활용해 한반도에 최적화된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KIM은 사이버 공간에서 대기를 양파껍질처럼 여러 층으로 나누고 각 층을 다시 바둑판처럼 작은 면으로 구분한다. 관측소는 일정한 간격으로 정해진 격자점의 날씨를 포착하고 KIM은 이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미래의 대기상태를 도출한다. 장 청장은 “(KIM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다른 국가의 수치예보모델보다 30년 이상 늦게 개발된 후발주자이지만 빠른 속도로 그 차이를 좁히고 있다”며 “9번째로 개발됐지만 성능은 세계 6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KIM을 토대로 기상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희동 당시 기상청장은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기상청장 등 고위급 인사를 초청해 ‘한-아세안(ASEAN) 기상기후 국제개발협력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유 전 청장은 KIM을 활용해 아세안 지역의 수치모델 운영 기술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ODA) 사업과 수치예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사업을 제안했고, 각국 청장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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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청장은 “자체 모델이 없는 나라들은 KIM을 좋은 학습 기회로 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의 공동선언문에도 이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기존 수치모델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장 청장은 영국기상청(Met Office)과 ‘제3차 한-영 기상협력회의’를 실시간 영상회의로 개최하고, 양 기관 간 체결한 업무협약을 보완해 갱신했다. 이날 양 기관은 수치예보모델 운영과 향후 계획, 기상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현황을 공유하고 기술 협력을 위한 분야별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기상청은 2022년부터 다양한 규모의 위험기상 현상을 통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차세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026년에 후속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우리나라 부근의 날씨를 1㎞ 수준으로 더 촘촘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장 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집중호우와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 기술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상세한 예측정보를 산출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은 국민이 체감하는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