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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20대 남성이 성북구의 한 파출소에서 ‘사건 결과를 성의 없게 대답했다’며 라이터로 서류에 불을 붙이려고 하고,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과거 교제폭력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파출소에 찾아가 욕설하면서 자신을 제지하는 경찰들을 폭행했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상 등 피해를 입은 경찰관의 숫자는 총 1461명이 달했다. 이 중 범인 피습에 의한 사례는 무려 404건( 27.6%)으로 4명 중 1명 꼴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2021년 283건, 2022건 348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매일 1명 이상의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근무 도중 다쳐도 참는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북구의 한 지구대 소속 김모 경찰관은 “‘술 마시고 길가에 누워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아 출동하면 잘 자는데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경찰에게 폭언하고 폭행한다”며 “두세 번 맞아도 참는 게 일상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이모 경찰관도 “처음 폭행을 당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해도) 어차피 송치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참는다”고 했다.
경찰들은 폭행 위험이 있어도 송사에 휘말릴 부담이 있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게 현실이다. 경찰관 B씨는 “20년 전 흉기를 든 강도범을 체포하다가 독직폭행으로 입건돼 검찰조사를 9시간 동안 받았다”며 “선배(경찰)는 손을 다친 상태였고, 강렬한 저항 때문에 총으로 머리를 두 번 때린 것이라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무혐의가 인정됐지만, (범인의)누나가 계속 민원을 제기해 애를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경찰관 C씨는 “예전에는 2~3명을 검거하는 일에 1명이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은 공권력이 약해져 가해자를 함부로 못 대하니 1명을 검거하는데 3~4명씩 출동한다”며 “반항하는 사람에게 수갑을 채우면 상처가 나기 쉬운데 변호사를 대동해서 고소하니 수갑을 꽉 채우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러한 일로 송사에 휘말리는 경찰관들의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찰법률보험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이 지원된 사례(94건)가 2020년(27건)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경찰 소송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관 폭행에 대한 사후 지원이 부족하니 맞아도 참고, 수세적으로 행동하는 게 최선이 됐다”며 “공권력이 너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위축되지 않고 원칙에 입각한 공무집행을 할 수 있도록 소송지원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