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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는 최근 발간한 ‘내년 예산안 분석’자료에서 “기재부는 2003년부터 발행하지 않았던 외국환평형기금의 원화 표시 외평채는 내년 18조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관련 시장 신규 조정에 대한 부담, 국고채 발행량 감소 착시효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21년 만에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채 발행액을 줄이기 위해서다. 내년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82조원인데 국채 순발행액은 고작 50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30조원이 넘는 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에서 마이너스 통장처럼 빼다 쓸 예정인데 공자기금은 외평기금 등에 원화를 대출해주고 있다. 공자기금이 일반재정에 돈을 대주기 위해선 외평기금 등에 빌려준 돈을 조기상환받고 외평기금은 다른 곳에서 원화를 조달할 필요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그 대책이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이다. 또 예정처는 내년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43조5000억원을 조기 상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재부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게 된 이유로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리는 자금의 만기가 대부분 10년 안팎이라서 이자가 비싸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외평기금이 만기 1년짜리 원화채를 발행하면 이자 비용을 아끼고 외평기금의 재정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예정처는 “현행 규정을 통해 공자기금의 예수금리를 낮게 책정해 외평기금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 필요성 및 규모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자기금의 예수·예탁 및 융자조건 결정기준’에 따르면 공자기금 예수 금리는 예수시 평균자금조달금리와 가산금리(상한 0.1%포인트) 등을 바탕으로 결정하되 회계·기금별로 성격 및 운용상황 등을 고려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외평기금 예수금리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게 예정처의 의견이다.
예정처는 “실제로 기재부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외평기금에 대해서는 보유자산 중 상당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단기투자상품으로 운영하고 있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환율 변동성 완화가 중요해 예수금리를 다른 회계·기금 대비 낮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 수준은 2021년 최대 0.63%포인트, 작년엔 0.37%포인트, 올해는 0.16%포인트 더 적게 낸다.
반면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원화 표시 외평채는 주로 1년물로 발행 예정인데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 만기가 유사한 채권의 수요를 구축하거나 외평채의 만기가 단기화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안채는 주로 91일물, 1년물, 2년물인데 1년물의 경우 작년 36회 중 17회가 올해는 9월말까지 25회 중 6회가 낙찰률 100% 미만에 불과했다. 즉, 1년물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만기물의 원화 외평채가 발행될 경우 통안채 1년물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원화 외평채가 발생됨으로써 국고채 발행량이 감소하는 착시효과도 생긴다. 내년 국고채 발행량은 총 158조8000억원으로 전년(167조8000억원) 대비 약 9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내년 원화 외평채 발행액 18조원을 제외한 것이다. 이를 합해 계산할 경우 내년 발행액은 9조원 증가한 176조8000억원이 된다.
예정처는 “외평기금이 원화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장을 새롭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시스템 구축, 전문딜러 지정 등과 관련 시간·비용으로 내년 2분기 이후에야 원화 외평채 발행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금액만큼 공자기금 예수규모를 확대하거나 공자기금 예수원금 조기 상환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