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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지난 4일 흉악·강력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이들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대전 고등학교 교사 피습 사건의 피의자 A씨 역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던 것이 알려지며 정부가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2017년 개정돼 시행 중인 정신건강복지법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환자 본인의 판단에 따른 입원 외에도 보호자와 전문의 2인의 소견을 바탕으로 ‘강제 입원’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법원 등 사법기관까지 나서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일치된 소견이 없을 경우에도 국가의 판단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사법입원 제도는 미국 대부분 주는 물론, 영국과 호주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2018년 환자의 공격으로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 2019년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 등을 계기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환자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없고, 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한 주기적인 진찰과 평가를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입원 이전에 치료를 위한 제도까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돼야만 문제를 인지하게 되고,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야 신고를 거쳐 이송된다”며 “가족이 없거나, 방치되는 환자들도 있는 만큼 시스템 작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단순 격리 넘어 종합적 치료 대책 중요…“혐오 아닌 치료 필요”
의료계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격리와 ‘낙인 찍기’가 아닌 제대로 된 치료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가 증가하고, 편견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단체들도 단순히 격리를 위한 ‘사법 입원’이 아닌 국가책임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협회는 9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의 정신질환이라면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주도해서 관리하고 책임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가족이 언제까지나 ‘욕받이’ 역할을 할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예산 배정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희귀한 일이 아니며,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도 현실에 존재하는 만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도 우려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조현병 유병률은 1%대로 희귀한 질환은 아니다. 발병 초기 3~5년간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사회·직업적 기능의 회복 예후도 달라질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인 배점태 심지회 회장은 “조현병 환자라는 집단 자체를 범죄화하고,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에도 정신질환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역시 “‘사후약방문’으로 운영되는 입원 제도뿐만이 아니라 응급 입원 등 치료 시스템 역시 손질하며 ‘혐오’가 아닌 ‘치료’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