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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버티던 ‘영끌족’들이 소유한 부동산들의 이자와 대출금 상환에 끝내 실패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빚을 못 갚는 집주인이 점점 늘어나며 은행 등 채권자가 임의경매로 내놓는 매물이 내년 초 급증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대출 이자에 짓눌린 집주인들이 더는 버티지 못한 채 사실상 ‘파산’ 상황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내년 임의경매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임의경매가 대폭 늘어나겠다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받는 금리 충격이 일정 시간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19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임의경매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현재는 아파트에 대한 임의경매 건수가 아직은 많지 않다. 이는 금리가 올라도 시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체 기간도 필요하고 경매 신청을 하면 집행 절차가 있어서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더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경매물건은 채권자의 경매신청 5~7개월 후에 매물로 등장한다”며 “기준금리 3%를 넘어선 게 올해 10월이니 내년 중반기 이후 ‘영끌 푸어’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내년까지 경매시장의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를 만한 지표가 없다 보니 지속 내지는 심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권 등 인기 지역 매물도 임의경매로 나오고 있다. 실제 내달 예정된 서울지역 임의경매 13건 중 8건이 강남 3구 물건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강남구 도곡동 도곡1차아이파크,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다.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높은 지역의 물건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해당 지역의 임의경매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낙찰돼도 문제…세입자, 집 비워야 ‘악순환’
경매시장에서 임의경매 물건마저 적체하면 이는 부동산 시장 전체를 억누르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다시금 시장을 냉각하는 악순환이 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62건으로 이 중 23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 비율)은 14.2%로 10월(17.8%) 대비 3.6%포인트 하락했다. 100건 중 14건꼴로만 소화됐다는 의미다. 지지옥션이 집계를 시작한 2001년1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저치다.
올 초만 해도 절반 수준에 달하던 낙찰률은 수직낙하하고 있다. 올해 낙찰률은 1월 48.60%, 2월 50.00%, 3월 55.30%, 4월 55.30%, 5월 35.60%, 6월 56.10%, 7월 26.60%, 8월 36.50%, 9월 22.40%, 10월 17.80%, 11월 14.20%로 크게 떨어졌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 시장도 부진해서 1~2회 유찰은 기본이다. 부실 채권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경매시장 부진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임의경매 물건이 낙찰돼도 문제다. 해당 물건에 사는 세입자는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한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사건으로 2000여가구, 피해액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9개 아파트 651가구가 임의경매로 넘어갔고 6가구는 낙찰돼 세입자가 집을 당장 비워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전담반을 편성해 피해 신고를 받고 있고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등 수십 명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기 피해를 본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경매에 임할 때 유치권, 법정지상권 등 권리관계, 하자 등은 낙찰자 몫이다”며 “명도소송 등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의 불행을 사기는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급급매물이나 분양을 받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