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이데일리 취재진이 돌아본 태국 방콕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대마 천국’이었다. 카오산 로드와 스쿰빗 등 번화가 거리 곳곳에서는 대마를 태울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호객행위를 하는 태국 현지인들은 거리 초입부터 관광객들의 앞길을 막아서면서 대마잎과 ‘happy’가 쓰여 있는 전단을 설명하곤 대마를 해보라며 팔을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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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번화가의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곳곳에서 대마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대거 모여 앉아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 등은 어김없이 대마를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대마를 파는 노점상도 곳곳에 널려 있었다. 가격도 1g당 2만~3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편의점에서는 대마가 함유돼 각성 효과가 있는 음료수 등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대마잎이 그려져 있는 대마 판매 매장에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러는 한국인들도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노상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대마를 소비하는 이들과 마약 풍선으로 불리는 이른바 ‘해피벌룬’(아산화질소가 담긴 풍선)을 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태국 정부는 대마초 재배 및 식당 시설 등에서 대마초 유통·판매를 허가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대마 합법화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대마 판매·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가뜩이나 저렴한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에, 대마까지 합법화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마 관광’을 하러 가겠다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태국 현지에서 대마 제품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범죄 행위다. 우리나라 정부가 대마를 불법 마약류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대마를 피우거나 소지하고 있어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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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지난 추석 연휴 태국 방콕을 방문한 A(27)씨는 “대마가 진짜 무서운 마약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쳐다도 안 봤는데, 여기저기서 다 피는 걸 보면 ‘괜찮은가’하며 호기심이 생긴다”며 “아무래도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최근 태국을 방문했다던 김모(29)씨 역시 “태국에 놀러 간다니까 주변에서 ‘대마 관광’하러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태국을 갔다 와 보니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걸릴 일도 없을 것 같아 왜 ‘대마 관광’이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갔다”고 언급했다. 단속도 쉽지 않다. 관세청은 공항에서 입국자 정보를 토대로 선별해 마약 단속을 하고 있지만,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마 등 마약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 국내 마약류 범죄 지형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된 배경에도 이와 같은 대내외적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검거한 마약 사범 중 10대, 20대 사이에서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2018년 104명(1.3%) △2019년 164명(1.6%) △2020년 241명(2.0%) △2021년 309명(2.9%)으로 3년 새 2.9배 늘었다. 20대 마약 사범은 연간 3500명을 처음으로 넘어섰으며 전체 마약 사범 중 3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수사팀에 몸을 담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마약이 퍼진 역사를 짚어보면 우리나라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해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마약류를 하나하나 눈 감게 되면 그것이 물꼬를 트게 되고, 결국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마약을 하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무엇보다 (마약류에)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