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안팎에서도 하반기 전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금리·달러·원자재 인상이 맞물린 이른바 ‘쿼더러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더 깐깐한 잣대로 M&A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M&A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견고한 시장 지위를 갖춘 매물에 대한 수요가 여전해 빅딜이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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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스톰에 M&A 시장 영향 받을 것”
하반기 M&A 시장이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점치는 시장 참여자들의 배경에는 ‘퍼펙트 스톰’(총체적 경제위기)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리오프닝(경기재개) 여파로 경기 활성화 기대감을 그렸지만, 정 반대의 상황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금리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도 마뜩잖은 요소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하반기에도 빅스텝(한 번에 금리를 0.5% 올리는 것)을 강행한다면 시장의 우려가 확신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한 시장 관계자는 “M&A에 나선 업체가 보여준 밸류업(가치상향)도 중요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매각 측과 원매자간 괴리감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자 경쟁도 희미해지고, 오버페이를 하려는 수요도 줄면서 매각 협상 자체가 뻣뻣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매물 인수를 고려 중인 원매자들도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현재의 우중충한 분위기가 걷히면 반등 구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내심 가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현재 상황을 직시하라’는 카드를 활용해 압박하면서 예상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려는 전략을 취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에쿼티(지분) 투자에서도 이런 전략은 유효하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에쿼티 투자를 할 때 한 업종에 거금을 넣기보다 관심을 두고 있던 업종에 분산투자를 하라는 게 하우스 내부 방침이다”며 “시장 분위기가 반등하면 모두 오를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위험)도 헷지(회피)하고 고른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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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분위기 꺾여도 ‘팔릴 매물은 팔린다’ 반론도
증시 악화로 국내 투자를 주저하던 외국계 PEF 운용사들은 환율 인상을 새로운 기회로 인지하는 모습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1300원선을 넘실거리는 원달러 환율이 싫지 않은 분위기다. 적게는 수 백억원, 많게는 수 조원이 오가는 M&A 거래에서 달러 가치 상승은 놓칠 수 없는 기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값 상승은 여러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증시나 시장 분위기가 지금이 저점 구간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국내 투자 효율이 늘어난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투자자들은 겉으로 투자 분위기 경색 국면을 운운하면서도 이면에 투자 호재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사려는 쪽이 주도권을 쥐는 ‘바이어스(Buyer’s) 마켓’이 펼쳐졌다는 점을 매각 측도 모를 리 없다. 팔려는 매물이 해당 업계에서 견고한 입지를 영위할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났다. ‘시장 주도적 지위를 갖춘 매물을 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적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매각 전 초반인 태핑(수요조사) 때부터 예비 입찰, 본입찰에 이르기까지 원매자들에게 ‘희소성’ 내지는 ‘제한된 기회’라는 점을 집요하게 어필하는 전략을 하반기에 펼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M&A 시장 열기는 어느 정도 지속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유의미한 매물이 시장에 적잖이 나온데다 협상 과정에서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딜을 체결해 양측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트폴리오(투자처)를 M&A 시장에 내놓은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상반기 M&A 시장 추이를 보면 팔릴만한 매물은 결국 결과를 냈다”며 “시장에서 솔리드(견고한) 매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예정된 수준에서 매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동종업계 매물이 몰리며 유례없는 판이 깔린 ‘햄버거 M&A 대전’ 같은 경우다. 비슷한 복수의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원매자에게 구매 욕구를 부추길 ‘킬링 포인트’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