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의 미덕은 동화 속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을 비틀어버린 극적 상상력에 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의 ‘그 이후’가 현실적인 관점으로 다뤄짐으로써 영원히 착하고 아름답고 고상할 것 같았던 공주들은 모두 결핍 덩어리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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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그니처는 단연코 넘버 ‘끼리끼리’ 장면이다. 왕자가 아닌 것이 들통나 감옥에 갇힌 찰리와 빅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웃나라 왕자들의 난데없는 설교, 절박한 난쟁이들을 태운 느려터진 말과 왕자들의 퍼포먼스, 넘버의 멜로디 라인과 ‘말’로 수행되는 가사의 리드미컬한 조합, 그리고 간단히 움직이는 감옥틀은 ‘난쟁이들’의 미학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진지함을 비웃는 가벼운 농담과 간단히 뒤집히는 극적 설정들은 비틀기, 낯설게 하기에서 비롯되는 한계 없는 웃음이 ‘난쟁이들’의 가장 큰 재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주제를 밀고 나가는 후반부 멜로들은 다소 지루하며,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를 푸느라 빠르게 터치되는 극적 설정들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2015년 초연에서 2018년 삼연까지 이어졌던 지난 시즌 배우들의 아우라는 너무 강렬해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장르적 매력을 반감시킬 정도로 거친 언어들을 순화하는 데 너무 예민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극의 논리가 보강되고 현실 풍자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2022년 ‘난쟁이들’은 초연 이후에도 여전히 흥미롭고 쾌활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길고 긴 코로나 시대에 웃고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는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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