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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중국 전문가로서 중국 정치·외교를 연구한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제재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드 제재를 중국이 남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주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대외방침은 중화인민국가를 건국하면서 중국 밖 외세, 즉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를 척결한다는 것”이라며 “이때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는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국 이후 5개 지역·국가에 미국세력이 주둔하는데 이는 베트남, 대만, 대한민국, 일본, 필리핀”이라며 “베트남, 대만, 필리핀에서 미군은 철수 했고, 남은 곳은 한국과 일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꽤 다르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분단국가이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는 끊임없는 세력경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수교 과정에서 미중은 북한은 중국, 한국이 미국이 관리하기로 합의한 바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하자 한미동맹을 강화됐다. 중국 역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북한 쪽에 힘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제재로 한국 내 중국의 심리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은 중국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주 교수는 사드 제재로 한반도 전역을 외교적 영향력 아래에 둘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보통 중국 제재가 2년인데 사드 제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엔 등 대북제재가 끝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한테 앞으로 제재를 하면 했지, 끝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 1990년대부터 중국 연구를 했다. 몸소 느낀 중국의 변화는 어떠한가.
△중국의 변화는 21세기 들어 2010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2001~2010년까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리만 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신경 쓰지 않은 동안, 중국은 견제 없이 성장했다. 2010년부터는 중국이 축적된 경제력을 가지고 대외적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의 당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이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하고 있었다. 본국에 돌아가서 ‘그렇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리밸런싱 전략을 발표했지만 때는 늦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만큼 국방비에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2년 시진핑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써니랜드에서 가진 비공식 회담서 “태평양을 두 나라를 담을 만큼 크다”라고 말한다. 2015년에는 미국이 배신을 크게 당했다. 시 주석이 워싱턴 국빈방문 당시 ‘남중국해를 요새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군사기지를 완성했다.
-미중 갈등의 씨앗이 하루아침에 발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보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엉망이었다. 의회의 강제적인 예산 삭감(시퀘스트레이션)도 폐기시키는 절차에 들어간다. 중국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강하게 갈 수 없다 보니 꼬투리를 잡은 것이 무역이다. 이후 관세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수위를 높여간다.
사실 미국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게 하는 계기는 코로나19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무역전쟁 등으로 싸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중국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2020년 1월 1일인데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이 사태를 같이 막아보자고 전화와 메일 등을 통해 연락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막상 연결이 된 것은 2월 말이었다. 시 주석의 말은 “모든 것은 통제되고 있다”였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 시 주석은 어떤 사람인가.
△사회주의 강국을 구축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2013년 당 총서기로 선출된 후,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 세력구도 평가를 했다.
시진핑은 뼛속까지 사회주의자고 뼛속까지 친북이다. 아버지 시종쉰은 혁명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절친’이다. 6·25 전쟁에 대해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판단한 것은 역대 중국 지도자 중 시 주석이 유일하다. 2008년 국가 부주석에 지명된 후 첫 번째 방문한 국가도 북한이었다.
- 그런 것치고 시진핑 정권 초기 북한과 냉랭하지 않았는가.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오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상태서 국내정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부터 시 주석은 북한에 사절단을 보내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시 주석이야말로 북한에 대해서 전략적 인내를 한 것이다. 한두 해 지나가며 시 주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에 먼저 방문하면서 이같은 오해가 커졌다.
설령 두 나라가 소원해지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양국관계는 하루아침에 복원된다. 김일성 사망 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 장관이 방북하자, 바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접근하자, 바로 김 위원장은 중국을 찾았다.
- 최근 우리나라 게임에 대한 판호가 나오기도 하고, 우리나라 영화가 6년만 개봉되기도 했다. 사드 제재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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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보니 자신들의 전략이익, 경제발전에 타격을 주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는다. 사드 제재에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8년까지 3년 연속 100억달러씩 늘어나 556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에 이는 50% 감소한 29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243억달러로 다시 한 번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 제재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중 무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19년부터 우리의 무역흑자가 감소세를 보인 이유는 사실, 우리의 대중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재와 자본재의 흑자폭이 감소한 데 있다.
- 우리의 대중 외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명확한 현실파악을 해야 한다. 1858개 품목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 역시 자급자족이 아닌 수입에 의존한다. 희토류 역시 환경문제나 인건비 문제 등으로 속속들이 폐광하고 있다. 이런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우리가 계속 중국에 중간재, 소비재를 공급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한반도 통일, 비핵화에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에 기여하는 바도 없고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만 움직인다. 한반도평화메시지도 한국과 북한에 전달하는 내용이 다르다. 우리에겐 원론적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치지만, 북한에서는 ‘고려연방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05년에는 ‘중국이 북한의 입장과 주장을 지지한다’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주어, 목적어가 없다.
- 그래도 중국은 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경제적으로도 밀접하다. 양국간 ‘적정한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장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으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중국이 지나친 압박을 가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갈 수 있다는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
▷주재우 교수는…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제 정치 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안보정책연구소(현재 국제안보전략연구원)와 무역협회 무역연구소(현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위원을 거쳐 2003년부터는 경희대학교에서 중국 정치와 외교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을 위한 미중 관계사’,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북미관계, 그 숙명의 역사’ 등 한반도에 미치는 중국의 역사와 영향력을 다년간에 걸쳐 꾸준히 저술해왔다. 최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 쪽에 참여해 외교 공약에 자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