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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사느냐 파느냐"…갈림길 놓인 생명보험사

김연지 기자I 2022.02.11 05:30:00

AIA생명, 동양생명 등 잠재 매물 서서히 거론
"인수 매력도 크지 않아 쉽지 않을 것" 전망도
일부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품고자 원매자 활동도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인수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아예 매물로 내놓는, 일종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죠.”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가 국내외 생명보험사들의 현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중소형 보험사 일부는 잠재 매물로 알음알음 나오고 있고, 규모 있는 보험사들은 오히려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에 투자 및 인수를 단행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사양산업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M&A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된다.

◇ 잠재 매물 거론되지만 “쉽지 않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3~4년 전 매물로 나왔다가 시큰둥한 업계 반응에 쏙 들어갔던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장에 다시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고, 일부 대형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자 원매자로 활동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업계에서 현재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AIA생명과 동양생명 등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에도 매각까지는 쉽지 않다는 것이 보험업계 평가다. 순자산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인수가에 비해 매력도가 크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론되는 잠재 매물 중 이른 시일 내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곳은 없다”며 “대부분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고 환급금 부담도 있어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 헬스케어 품고 사업 확장 시도도

반면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흥미로운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생명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금리와 저출산, 저성장 등으로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헬스케어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수익성을 내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행보다.

해외에서는 실제 M&A를 통한 성공 사례도 포착된다. 앞서 지난 2015년 요양 서비스 업체 두 곳을 인수한 일본 손해보험사 솜포는 그로부터 4년 뒤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면서 업계 3위권 내에 안착했다. 단순한 보험 설계에서 벗어나 노인 케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와 상품을 꾸준히 낸 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뚜렷한 인수 사례는 보이지 않지만, 투자 행보는 꾸준한 모양새다. 예컨대 현대해상은 지난해 시니어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케어닥’의 시리즈A 후속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케어닥은 국가기관 평가와 실사용자 후기 등을 기반으로 전국 요양시설과 노인 돌봄 서비스 전문가를 중개하는 스타트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사례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매물로 나오면 생명보험사들이 원매자로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을 보유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곳이 여럿 있다”며 “스타트업이 보유한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충성도 있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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