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설 수요도 한몫…연초부터 비상 걸린 물가

이윤화 기자I 2022.02.03 06:06:00

1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상승률 전문가 예상치 3.4%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연속 3%대 물가 오름세 전망
100달러 눈앞에 둔 유가 시작으로 전방위적 물가 전이
정부 물가 전담팀 꾸리고, 한은도 통화 긴축으로 대응

[이데일리 이명철 이윤화 기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연간 2.5%로 2011년(4.0%)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올 1월에도 3%대 중반의 오름세가 예상된다. 1월에도 3%대를 기록해 물가가 넉 달 연속 3%를 넘긴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던 2011년 11월~2012년 2월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고물가 시대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발표를 하루 앞둔 3일 국내 증권사 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물가상승률 평균치는 3.4%로 전망됐다. 가장 높게 본 곳은 3.7%로 작년 연말 수준의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전월 대비(7곳) 평균치는 0.4% 정도로 예상됐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 0%대 물가를 이어오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뒤 11월 3.8%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에도 3.7%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수치만 놓고 보면 3%대 초중반으로 작년 연말보단 낮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오름세가 둔화됐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1월 전망치를 3.7%로 가장 높게 본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느려지는 수준일 것 같고 3분기부터 떨어지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월단위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연초부터 1200원대를 넘나들며 널뛰는 원·달러 환율도 악재다. 이미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올라 100달러대를 눈앞에 둔 원유를 달러로 사들여야 하는데, 환율은 지난달 31일 1205.50원을 찍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원유뿐만 아니라 해외 수입 원자재, 식료품 등 전반적인 가격도 오르는 중이다. 작년 한 해 수입물가는 전년 대비 17.6% 상승했는데, 이중 원재료 상승률이 42.3%로 가장 높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4.6%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로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전이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지원 효과를 감안해도 유가 상승률이 높아 1월 물가 상승률은 3.5%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최근 수입 물가 상승률이 3개월 평균 33.6%를 기록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집세와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 등도 더해지면서 올 상반기까지 3%대 물가 오름세가 전망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원화도 약세다. 가공식품 물가도 1월부터 많이 올랐고, 집세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난 2년간 오른 집세가 반영되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3%대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도 3%대 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연간 수치 역시 지난해 수준을 웃돌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작년 연간 물가 수준(2.5%)을 웃돌 것으로 판단해 전망을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변경했다”면서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지금 수준보다 0.25%포인트 더 올린 1.5%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올해 국내외 물가 여건이 녹록치 않은데다 1월은 연초 가격 인상과 설 명절 수요 등으로 전월대비 상승률이 연중 가장 높은 달로 물가 상방 압력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에 매주 금요일마다 물가나 한국판뉴딜 등 주요 정책점검회의를 열었지만 최근 3주간은 물가에만 집중한 물가관계차관회의로 운영했다. 물가관계차관회의는 현장점검과 연계해 주요 품목 가격·수급동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꾸린다.

통상 1월은 겨울철이란 계절적 요인과 설 명절 소비 여파로 물가 압력이 좀 더 높아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란 판단에 적극 대응하는 중이다.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20만400톤(t)으로 확대하고 부처별 소관분야 업계 간담회를 통해 연초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응해 석유류·내구재 물가동향과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가 관련 모니터링·비상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추가상승에 대비한 조치를 선제 검토할 방침이다.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전규연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을 감안할 때 에너지 부문의 기여도가 약화되며 연말로 갈수록 점진적인 하락이 기대되지만 개인서비스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압력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높은 수준의 물가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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