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해외문화홍보원(이하 해문홍) 개원 50돌을 맞아 박정렬(55) 원장이 밝힌 해문홍의 50년 비전이다. 박정렬 해문홍 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기에 개원 50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고 책임감도 크다”면서 새로운 50년을 여는 해문홍의 역할로 글로벌 종합 플랫폼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는 세계적인 현안도 들여다볼 생각”이라면서 “기후환경·복지·인권·노동·젠더 등 국제 이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국제 관여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조를 받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위상에 맞게 국제사회와 인류에 대한 책임 활동에 앞장서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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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국가 홍보 전담기관인 해문홍은 1971년 12월30일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으로 출발했다. 7년 뒤 일본 도쿄에 첫 재외문화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08년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개편됐다. 28개국 재외 한국문화원 33개소를 중심축으로,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내년에는 스웨덴, 오스트리아에 새로 문화원을 열고 미국 뉴욕에 코리아센터를 설치한다.
박 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해문홍 핵심 사업의 열쇳말(키워드)은 양방향 소통과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거점, 정책 담론의 장 역할이다. 그는 “영화 ‘기생충’과 가수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 문화 주류에 속하면서 해문홍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해문홍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50년은 단순히 우리 것을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 문화도 국내에 소개하고 또 문화 공적개발원조(ODA)가 필요한 나라를 지원하는 등 교류 거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2022년도 문체부의 업무계획 첫 챕터가 해외 업무로 채워질 만큼, 문체부 내 해문홍의 역할이 커졌다는 게 내부 반응이다.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한류는 기회인 동시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해문홍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하면 삼성 또는 LG전자 등 경제 측면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지금은 K콘텐츠를 상기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열광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미술가 같은 젊은 신진 아티스트들과 스포츠선수들을 발굴해 해외에 적극 알리는 작업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창의적 ‘한류 DNA’의 힘…교류·협력 지원
박 원장은 최근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이 같은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비대면 홍보에서 성과를 내는 등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사업의 절반인 50%를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현지에 통할 문화 접점을 찾아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바이러스를 극복하더라도 옛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때문에 새로운 일상에 맞는 문화적 트렌드를 선도하고, 담론화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의 일환으로 현재 105개국 3300명에 달하는 코리아넷 해외 기자단을 내년 5600여명으로 확대하고, 1200여명의 K인플루언서를 1500명 수준으로 늘리는 한편 쌍방향 소통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한류도 전성기를 구가한 뒤 침체한 일본의 J팝이나 홍콩영화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단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면서도 “K콘텐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일축했다. 박 원장은 “K콘텐츠의 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잘 담고 있는 동시에 우리만의 창의적 DNA(유전자)가 정착돼 있다”며 “저변에서부터 오랜 시간 축적하고, 단단하게 성장해온 만큼 단순하게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아직 빛을 못본 콘텐츠를 찾는 작업도 해문홍의 주요 업무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특색 있는 지역 문화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상생 한류’의 토대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류의 성공 원인과 특징을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다”며 “이들과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작업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韓 홍보 넘어, 국제사회 기여 비전 제시
박 원장이 특히 공을 들이는 작업은 글로벌 아젠다를 다루는 정책 소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부상하고 선진국 그룹에 공식 합류하는 등 국격과 이미지에 질적 변화가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 첫 작업이 이달 초 열린 ‘2021 세계미래포럼(문화·창의·혁신)’이다. 이 포럼에서는 국내외 청년리더와 학계·언론계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회적 자본과 청년문화’ ‘디지털 전환과 문화창의 섹터’ ‘문화·포용·웰빙’ 등 주로 청년 세대와 관련된 3개 주제를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박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인문사회연구회가 중심이 돼 전 세계의 싱크탱크와 학술단체, 비정부기구(NGO) 등과 공동으로 다양한 글로벌 의제를 다룰 라운드테이블을 추진하고, 매년 세계미래포럼도 정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늘어나는 외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외신지원센터를 외신통합지원센터(KOCIS·코시스센터)로 확대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정렬 원장은 “한국이 코로나19, 인권, 기후환경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이슈에 대한 정책 담론을 선제적으로 주도하고, 실질적인 선진국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해문홍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