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이 크게 뛰면서 주택연금을 깨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금 해지 시엔 그동안 받아쓴 연금을 복리이자까지 더해 물어야 하고 동일주택으로 3년 동안 연금에 재가입할 수 없지만, 당장 해지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계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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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연금 중도해지는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주택금융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 자료를 보면 2019년 1527건에서 2020년 2931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748건으로 또다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7년 도입된 주택연금은 부부 중 적어도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9억원 이하(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공시가 합산)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가입 가능하다. 가입 당시 나이가 많고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액이 많아진다. 2017년 5월∼2021년 1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75% 오른 것으로 나타난 KB국민은행 시세 조사 등을 감안하면, 문재인정부 이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한 이들은 집값 상승으로 지금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A씨의 경우 지금 주택연금을 해지한다면 5년 동안 수령한 연금 5500여만원에 복리이자 등을 더해도 변제액은 1억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연금을 해지한 뒤 아파트를 처분한다면 2016년 집값에서 6억원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1억원을 토해내도 5억원이 남는다.
집값 상승은 새로 주택연금을 가입하려는 이들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2019년 1만982건에 달했던 신규 가입 건수는 2020년 1만172건, 올해는 6월까지 5075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연금 가입 문턱이 낮아졌지만 가입자를 늘리는 데엔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금공은 가입 대상 연령을 만 60세에서 만 55세 이상으로, 대상 주택은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 9억원으로 지난해 4월과 12월에 각각 조정했다. 작년 12월부터는 주거 목적 오피스텔도 연금 가입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7개월 간 오피스텔 가입 건수는 81건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상담과 계약 등 대면 작업이 필수적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노년층의 대외활동이 여의치 않다”며 “주택가격이 더 오를지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커지는 등 제약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연금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선택할 수 있듯이, 연금 가입 당시 월 지급액을 집값과 연동해 받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는 건 드문 경우이지만 이러한 예외적 상황에 맞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며 “연금 수령액을 가입 당시 집값에 맞춰 확정형으로 할지, 집값 변동에 따른 변동형으로 할지 가입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주금공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지금도 매년 주택가격이 일정비율로 오른다는 전제 아래 기대수명과 함께 계산한 뒤 월 지급금을 산출한다”며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게 주택연금의 취지인데 집값과 밀접하게 연동시키면 집값 하락 시 연금 생활자들의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오르더라도 가입자 부부가 사망하면 상승분이 자녀에게 상속되므로 가족 전체로 보면 손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