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내재화'는 필수… 車·반도체 업계 합작공장 세워야

이승현 기자I 2021.03.31 05:00:00

코나, 반도체 부족으로 내달 6일간 생산 중단
수요업체-팹리스 기술교류회 통해 내재화 기반 마련
근본처방은 완성차-파운드리 함께 생산설비 구축하는 것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4월 감산설’이 현실화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을 내달 4일부터 14일까지 근무일 기준 6일간 휴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열린 차량용 반도체 수요업체와 팹리스 기술교류회에서 팹리스들이 전시한 반도체를 수요업체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울산 1공장에서는 코나와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된다. 이중 코나는 전방카메라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감산이 불가피해졌다. 또 아이오닉 5의 경우 구동모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정상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1공장은 내달 6일간 휴업을 하면서 부품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할 방침이다.

업계는 울산1공장이 1주일간 휴업할 경우 코나는 6000대, 아이오닉 5는 6500대 가량 생산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나 외에도 아이오닉 5 역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G80, GV80, 투싼, 아반떼 등 인기 차종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업계도 반도체 부족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단기적으론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에 인력을 급파해 반도체 추가 공급을 요청하고 있고 심지어 암시장에 나오는 차량용 반도체를 웃돈을 주고 사오기까지 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를 내재화하기 위한 시도도 시작됐다. 향후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해외 공급망과 함께 국내에서도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업체와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회사) 기술교류회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의 내재화 기반 마련에 나섰다. 지난 17일 1차 기술교류회가 열렸으며 향후 이를 정례화해 팹리스들이 수요업체의 필요에 맞춰 반도체를 개발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 한대에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장기 측면에서 산업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수요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간 협력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와 반도체업계간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합작해 차량용 반도체공장을 세우는 식이다. 국내 경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반도체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또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 기술 고도화와 수요 폭증 등이 예견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 역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준명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강점인 분야를 중심으로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기초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해 이상기후, 화재, 지진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공급부족 사태에도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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