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직서를 쓰기 전에 꼭 답해야 할 10가지 질문

류성 기자I 2019.08.10 05:00:04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편집자주]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은 회사를 떠나 야생에서도 홀로서기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발가벗은 힘을 키워야 언제든 퇴사하고 싶을 때 퇴사할 수 있고, 야생에서 자신 있게 생존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자신이 누렸던 대기업, 임원, 억대 연봉 등의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40대 중반에 퇴사해 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야생에 소프트랜딩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필자가 ‘발가벗은 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매주 소개한다. 이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만의 Plan B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2)사직서를 쓰기 전에 꼭 답해야 할 10가지 질문

‘사직서를 쓰기 전에 꼭 답해야 할 10가지 질문’이 있다. 교과서 내용이 아닌, 나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질문들이다.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사는 분은 이 질문들에 답을 해본 후 사직서를 낼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면 어떨까 한다. 그렇다면 나의 답은 어땠을까?

1.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 나이 서른일곱에 나는 ‘곧 마흔인데 직장만 열심히 다닐 게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는 회사에서 했던 일들(전략 수립, 경영 분석, 변화관리, 기업문화 정립, 혁신 리더 양성 등)과 연계해 남은 삶의 비전과 신념을 정할 수 있었다.

비전: 개인과 기업의 본질적 성장과 변화를 돕는 최고의 전문가

신념: 내가 보유한 지적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여 보다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지자 나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국제코치연맹(ICF) 인증 전문코치 자격증을 취득했고, 주말 아침을 활용해 4년에 걸쳐 경영, 전략, 코칭 리더십에 관한 4권의 책을 썼으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할 수 있었다. 또 강의와 코칭을 하면서 경영자, 사업가, 창업가들의 변화와 성장을 도왔다. 이때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내 가치관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에선 내 가치관과 충돌되는 일, 내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들이 생겼다.

그 후 나는 ‘어떤 존재(사람)가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돕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코칭하면서 훈수를 두는 전문가로 살자!’였다. 회사의 지원으로 유학(MBA)을 다녀왔고, 40대 초반에 대기업 계열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발탁되기도 했던 내가 40대 중반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온 이유다.

2.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는가?

나는 글 쓰고, 강의하고, 코칭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 감정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소중한 가치이다. 회사에 다닐 때 나는 주말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글을 썼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옆에 놓고 경영, 전략, 변화, 혁신, 리더십, 인생사 등에 관한 글을 쓰는 시간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행복을 느꼈다. 또 강단에 설 때, 코칭을 할 때 가슴이 뛴다.

3. 평생 덕업일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덕업일치란,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의미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경우를 말한다. “○○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그것이 바로 ‘덕업일치 되는 삶’이다. 드라마와 배우를 좋아하다가 결국 연예부 기자가 되었다는 사례, 화장품에 관심을 갖다가 화장품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글 쓰고, 강의하고, 코칭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으며 ‘덕업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퇴사 후 이를 실현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수입은 훨씬 더 많아졌고, 내가 원하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중요한 건, 직장에 다니면서 ‘덕질’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덕질을 꾸준히 했고, 덕분에 퇴사 후 소프트랜딩할 수 있었다.

4. 회사가 아닌 다른 대안으로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자세에 따라서 직장인을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40대에도 아무 생각 없이 회사만 다니는 사람

둘째,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인지하면서도 그냥 걱정만 하는 사람

셋째,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람

당신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기업의 평균수명이 현격히 줄어든 요즘, 회사에 뼈를 묻으려 해도 묻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Plan B’, 즉, ‘대안’을 마련해 놓는 일이다.

5. 내 이름 석자만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갖췄는가?

회사에서 잘나가던 직책자가 하루 아침에 보직을 잃고 헤매는 경우는 허다하다. ‘명함의 힘’은 조직을 떠나면 사라지게 된다. 평사원도 마찬가지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윗사람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쓸 줄 아는 사람은 내용연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직장인의 경우, 일정관리나 통제, 검토만을 하는 PM(Project Manager)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직책자든 평사원이든 자생력을 갖추고 시장이 알아주는 전문 역량, 즉 ‘발가벗은 힘’을 키워야 한다.

6. 나의 핵심역량과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

30, 40대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전공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전략, 기획, 마케팅, 영업, 기술… 이 중 자신 있는 분야가 없다면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전문성이란, 시장이 알아주는 전문 역량을 말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기업들로부터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강의 의뢰를 받고 가외 수입이 생겼다면, 그것은 역량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회사에 다닐 때 적지 않은 가외 수입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전문성이 없는 아마추어는 돈을 내고 배우고, 전문성이 있는 프로는 돈을 받고 가르친다.

7. 내 분야에서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프로필이 있는가?

나는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당당히 사표를 던졌다.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는 전문성, 저서, 칼럼, 코칭 자격증, 학위 등을 포함해 기업 교육 및 코칭 시장에서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프로필을 갖췄고, 관련된 콘텐츠와 레퍼런스를 구비했다는 말이다.

8. 나를 도와주고 협력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가?

나는 나를 마케팅·영업해주고 강의를 연결해주는 에이전트와 기업교육 회사 들과 평상시 네트워킹이 되어 있었다. 평소 내 역량을 높이 사준 이들은 내가 퇴사 소식을 전하자 나를 시장에 적극 세일즈해 주었다. 결국 야생에 나와서도 완전히 홀로서기를 하기는 어렵다. 우리 인간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려면 평소에 회사 밖의 사람들과도 교류를 해두어야 한다. 실제로 회사 선후배, 동료들처럼 강하게 연결된 관계보다 약하게 연결된, 그저 알고 지내던 회사 밖 지인들이 도움을 줄 때가 더 많다. 직장 밖의 세상과 미리 교류해두면 야생에 나와 잠재적 기회와 행운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9. 10년 뒤 내가 꿈꾸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

나는 비전과 신념을 세우면서 10년 후 내 모습을 명확히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글 쓰고, 강의하고, 코칭하며, 자유롭게 사는 삶’을 실현하고 있다. 요즘 나에게 가장 뿌듯한 일은 CEO,임원을 일대일로 코칭할 때다. 한 개인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임원 코칭은 인생 후반에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인데, 나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그 일을 일찍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치’라는 직업은 숙성된 와인처럼, 나이가 들수록 환영 받는 직업이다. 60대, 70대에도 나는 ‘비즈니스 코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10. 언제라도 사직서를 던지고 나올 용기가 있는가?

‘용기’는 나의 의지, 하고 싶은 것을 남 눈치 보지 않고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내가 원하는 삶,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외벌이 가정, 세 아이의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장, 임원, 억대 연봉을 뒤로 하고 40대 중반에 퇴사한 것도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불안에 떨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명함이 아닌 당신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는가? 자신만의 날개로 비상할 ‘발가벗은 힘’을 갖췄는가? ‘사직서를 쓰기 전에 꼭 답해야 할 10가지 질문’에 대한 만족스런 답을 갖고 있다면,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나답게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전략 및 조직변화와 혁신 분야의 비즈니스 교육·코칭·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KT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KT그룹사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일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CTI 인증 전문코치(CPCC), ICF(국제코치연맹) 인증 전문코치(ACC),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KP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발가벗은 힘》,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전략을 혁신하라》, 《식당부자들의 성공전략》, 《인생은 전략이다》가 있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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