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유인” Vs “서민복지 지원”…증세도 감세도 아닌 어정쩡 세제개편

이진철 기자I 2019.07.26 03:00:00

[2019세법개정]내년 세수 1405억원 감소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세수 5320억원 줄어
경기둔화 대응, 한시적 세부담 경감 추진
고소득층 증세 지속 추진, 세입기반 확대 지속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25일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2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최훈길 기자]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세 부담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에 일본의 수출규제 악재까지 겹쳤는데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 지원이 없는 ‘찔끔’ 지원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방어를 위한 확장적 재정 지원과 서민복지 확대를 위한 안정적 세수 마련 방안도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 생산성 향상 투자시 세액공제…1년간 한시적 시행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019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 대상은 국세기본법, 소득세, 상속세및증여세, 주세, 증권거래세 등 16개 법률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1405억원이 줄어든다. 이는 지난해 저소득층 일자리 세제혜택 확대 등으로 3조원 이상의 세수를 줄인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세부담을 줄이는 세법개정이다.

세목별로는 △법인세 32억원 △부가가치세 793억원 △노후차 교체 개별소비세 등 기타 988억원이 각각 감소하고, 소득세는 408억원 늘어난다. 오는 2024년까지 향후 5년간 세수(순액법·직전연도 대비 증감계산 기준)는 △2021년 4441억원 감소 △2022년 4407억원 증가 △2023년 11억원 감소 △2024년 1487억원 증가가 예상된다. 누적법(2019년 대비 증감)으로는 향후 5년간 47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이는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자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해 내년에는 5320억원의 세수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2021년에도 532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가 2022년 혜택이 종료되면 532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확대(500억원), 노후연금 활성화를 위한 사적연금 세지지원 확대(440억원)도 세수감소 요인이다. 이외에도 △군산·거제·통영·울산 동구 등 고용위기지역에 창업한 기업에 소득세·법인세 감면기간 확대 △가속상각특례 적용기한을 6개월 연장해 투자 초기 법인세 부담 경감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을 늘려 세수기반은 확충한다. 근로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를 신설하고 임원 퇴직금은 일정한도 초과액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도 강화한다. 실거래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상가주택과 수도권내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세부담도 늘린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증세도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

올해 전체 국세수입이 294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변동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증세도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많은데 정부가 적극적인 세입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년 예산·기금 총지출 증가율(6.2%)로는 부족하다며 9.5%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때 서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려면 충분한 세입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뚜렷한 증세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가 민생 지원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데 세수 증대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부 세수 감소가 크게 나타나는 요인이 있지만, 올해 세수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비과세 감면 축소나 세입 기반 확대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법인세율 인하, R&D 세액공제율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과 같은 적극적인 세제지원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세율을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쳐 올해 1%대 성장률까지 우려되는데 아직도 대기업 지원에 망설이고 있다”며 “대통령·여당이 대기업 지원 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서는 어정쩡한 세제 개편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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