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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 명단·회의록 공개’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해당 사업 이해관계자가 위원회에 포함돼 ‘셀프 심사’ 논란이 일었던 만큼 건설사 전·현직 임직원들은 아예 위원으로 선정되지 않도록 금지하는 조항도 명문화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의 핵심은 분양가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라며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만 받으면 되는 만큼 빠르면 이달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고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각 지자체장이 10명 이내로 꾸리는 위원회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심의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분양가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를 더하고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가격을 정해 그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이들 위원회는 주택사업자가 산정한 분양 가격 세부내역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며 적정성을 따진다.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회의를 열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분양가를 의결한다. 사실상 분양가 책정의 최종적인 키를 쥐고 있다. 현재 전국 320여개 지자체 중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는 곳은 전주시와 과천시 등 소수에 불과하다.
위원회 심사가 베일에 가려져 건설사 입맛에 맞게 분양가를 승인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공정성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기자 초청토론회에서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냐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투명성과 전문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주에서 분양가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을 공개한 이후 분양가가 이전보다 10%가량 낮아졌다며 제도 개편의 당위성도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명단과 회의록이 공개되면 건설사가 책정한 분양가에 대해 누가 찬성을 했고, 누가 반론을 제기했는지 손바닥 보듯 다 볼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보수적으로 분양가 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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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과천제이드자이’(S9블록), ‘푸르지오 벨라르테’(S6블록) 등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들은 규제 첫 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는 애초 지난 5월 분양을 예정했다가 고분양가 논란으로 한차례 분양이 밀리며 분양가격 조율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을 대고 GS건설이 시공하는 과천 제이드자이는 공공분양아파트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분양가 심사는 LH가 설치한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한다. LH관계자는 “GS건설과 분양가를 놓고 아직 협의중에 있어 언제 심의를 올릴 지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 당 2300만~2400만원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압박에 분양가를 2200만원대 이하로 낮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간분양 아파트로 3.3㎡당 2600만원대의 분양가가 거론되는 푸르지오 벨라르테도 분양가를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컨소시엄은 과천시에 지난달 10일 분양가 심의 신청을 냈지만 과천시는 분양가가 비싸다고 한차례 반려해 이곳 역시 심의에 오르지도 못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위원회 사전 단계인 분양가 검토자문단의 자문에서 분양가가 비싸다고 판단해 보완 조치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위원회 투명성 강화는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집 마련을 준비중인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지만 한편으론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로또 청약’을 양산할 것이라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에 있는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한 ‘과천자이’는 지난 5월 3.3㎡당 3253만원에 일반 분양했다. 입지와 공급방식이 다른 측면이 크지만 과천제이드 자이의 추정 분양가와 단순 비교하면 평당 1000만원 가량 더 싸 당첨시 큰 시세차익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