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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서울 강남권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자는 움직임에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같은 논리를 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 급등 문제를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반면 이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로 공급을 확대했고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확인시켰다. 최근 서울 동남권 집값 흐름이 이에 대한 증거다. 그 시발점은 단일 단지로는 역대 최대인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2911가구에 그쳤던 송파구 공급 물량은 지난해 말 헬리오시티 입주와 함께 1만1170가구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송파구 집값 흐름도 헬리오시티 입주를 기점으로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0.42% 떨어지며 다섯 달 만에 하락 전환한 송파구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0.65%→올 1월 -1.00%→2월 -0.42%→3월 -0.59%→4월 -0.29%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비해 서울 전체적으로 보면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0.05%로 내림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서도 -0.20% 안팎의 하락률을 이어갔다. 1만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 입주로 아파트값 하락 폭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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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0.12% 내린 이후 점차 하락 폭을 확대하며 지난달엔 한 달 새 1.17% 떨어졌다. 4월 서울 아파트값이 0.16%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그 폭이 더 컸던 셈이다. 내년엔 4066가구 규모의 ‘고덕 아르테온’이 집들이하고, 2021년 ‘고덕 자이’(1824가구)와 2022년 ‘둔촌 주공’(1만2120가구) 등 대규모 단지도 입주 시기를 잡았다.
전세가격 역시 매매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0.71%까지 떨어졌다가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서 지난 3월부터 반등했다. 하지만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4월 0.93% 내려가는 등 여섯 달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가장 수요가 많은 서울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은 재건축·재개발이 거의 유일하다”며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한동안 사업 추진이 더뎌질 가능성이 커져 3~4년 후 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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