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이즈 걸려도 기숙사 입사가 되느냐" 질문 올라와 교통대 자체조사 해당학생 장난삼아 올린글
지난달 28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국교통대 게시판에 "에이즈에 걸려도 기숙사 입사가 되느냐. 보건증엔 이상 없다고 나왔다."라는 질문 글이 게시됐다. 잠시 후 "(감염인이) 병의 유무를 전혀 외부에 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서 "소량의 피라도 남기고 여러분이 접촉하는 순간 평생 치료하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라는 반박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 4일 교통대 자체 조사 결과, 기숙사 입사 여부를 물었던 글은 한 학생이 꾸며낸 거짓 정보로 드러났다. 교통대는 "해당 학생과 면담한 결과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했다. 학칙에 따라 징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이미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인터넷 괴담처럼 번졌다. 과연 기숙사에서 에이즈 환자와 함께 살면 감염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스냅타임에서 검증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
먼저 반박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혈액 감염의 사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포털에서 에이즈의 감염 경로를 성 접촉, 감염된 혈액 수혈, 오염된 주삿바늘 공동 사용, 임신 중 수직 감염으로 소개하고 있다. 포털은 '감염된 혈액 수혈' 항목에서 "근래에는 수혈에 사용되는 혈액에 대해 철저한 감염여부를 검사하고 있다."면서 "수혈로 인한 감염은 거의 없으며, 빈도수 또한 200만 명당 한 건 정도로 아주 미미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에는 수직 감염과 혈액 수혈, 주삿바늘 공동 사용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전혀 없었다. 이성 간 성 접촉이 54.4%로 가장 높았고 동성 간 성 접촉이 45.6%로 뒤를 이었다. 다음 해인 2017년에는 마약 주사 공동 사용으로 감염된 사례가 1건 있었다. 그러나 누적 사례를 확인해보니 포털에서 주장한 것처럼 아주 미미한 정도였다. 자료에 함께 첨부된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에 의한 감염경로'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국내에서 수혈과 혈액 응고 제제로 감염된 사례는 총 5건에 불과했다.
기숙사 공동 시설…감염과 관계없어
세탁소와 체력단련실 등 간접 접촉이 잦은 공동 생활에서 에이즈가 전파될 수 있을까? 교통대 충주 캠퍼스 기숙사의 공동 시설은 세탁소, 다리미실,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등 7곳이다. 화장실의 경우 대원 생활관은 원룸 형태로 되어있지만, 예성 생활관과 국원 생활관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구조였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포털에서 "HIV는 다음 사항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라며 9가지 일상 사례를 설명했다. 이 중 기숙사 공동 시설과 가장 밀접한 항목은 '감염인의 식기나 컵을 함께 사용할 때', '감염인과 화장실 변기 등을 함께 사용할 때', '감염인과 침구류 등을 함께 사용할 때', '감염인의 기침이나 재채기, 구토물로 인해', '감염인과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을 함께 사용할 때'였다. 공동 시설에서 감염인의 분비물을 맞거나 샤워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는 이유로 감염될 수 없다는 얘기다. 공용 세탁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 (사)한국에이즈예방재단이 자료실에 게재한 '가정에서의 감염자 생활/보호'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인의 옷은 별도로 세탁할 필요가 없다. 혈액 접촉에 대해서도 재단은 "감염자의 피가 묻은 옷을 함께 빨았다 해도 그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상처 없다면 피부 접촉도 '문제없음'
반박 글은 "이런 (불순한) 마인드를 가지고 소량의 피라도 남기고 여러분이 접촉하는 순간 평생 치료하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감염인이 화장실, 체력단련실 등 공동 시설에서 불순한 의도로 남긴 혈액에 접촉하면 감염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바로 알기' 자료에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이 피부에 닿아도 HIV에 감염되나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피부나 입안 등의 점막에 상처가 있다면 희박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이즈예방재단도 '가정에서의 감염자 생활/보호'에서 같은 설명을 했다. "감염자가 피를 흘렸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재단은 "피가 남긴 얼룩이나 사무실 또는 가정에서 피가 엎질러진 경우 이를 통하여 HIV에 감염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또한 체액 외 바이러스의 90~99%는 말라서 자연적으로 파괴된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에이즈 괴담…전혀 사실 아님
질병관리본부와 에이즈예방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반박 글에서 주장한 에이즈 감염 경로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또한 공동 생활에서 세탁기, 화장실 등을 감염인과 함께 사용하면 감염된다는 근거 자료도 없었다. 혈액 문제도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괴담은 한국교통대 기숙사에 채혈실이 마련되어, 조건 없이 누구나 헌혈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스냅타임 팩트체크는 "기숙사에서 에이즈 환자와 함께 살면 전염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보를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