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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프로이드를 중심으로 한 고전 정신분석학파는 아기는 생존에 필요한 젖을 먹기 위해 엄마를 찾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설의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볼비는 먹는 욕구보다 관계의 욕구가 생존에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 당시 행해졌던 해리 할로우의 ‘사랑의 본질’이라는 붉은 털 원숭이 실험을 통해 이를 확신하게 된다.
할로우는 막 태어난 새끼 원숭이를 어미 원숭이로부터 떼어 내어 두 마리의 모조 어미 원숭이가 있는 우리에서 키웠다. 철사로 만들어진 어미 원숭이에게는 우유병을 매달아 놓았고, 다른 어미 원숭이는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 어미 품과 같이 포근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새끼 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만 철사 원숭이에게 매달려 우유를 먹고 나머지 시간은 부드러운 천 원숭이에게 매달려 있었다.
특히 새끼 원숭이는 놀라거나 위협을 받으면 즉각 보드랍고 따뜻한 천 원숭이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이러한 실험은 어미와 떨어진 새끼 원숭이에게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접촉을 통한 애착이 우유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접촉을 통한 애착의 중요성은 인간의 발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발육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아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는 병을 ‘영양성 소모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양이 공급되어도 안아주거나 쓰다듬는 손길을 받지 못하면 아기가 점점 쇠약해지는 병을 ‘정서적 소모증’이라고 한다.
즉, 아기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모성박탈’은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된다. 출생 초기부터 양육자와의 애착을 형성해 보지 못한 완전 박탈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서뿐 아니라 인지나 행동 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보인다. 박탈의 정도가 심할수록 개인의 성격발달과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 도우며 사랑하는 능력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자인 엄마와의 일시적인 분리와 같은 부분박탈만으로도 아기는 불안을 느끼거나 분노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 장애를 보이게 된다. 엄마와 재회를 한 후에도 이미 아기 내면에는 끔찍한 분리의 고통과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불안이 잠재되어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부분박탈의 경험은 엄마와 아기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조차도 가능하다. 엄마가 아기와 함께 있지만 산후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또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 아기는 엄마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MRI를 통한 뇌 촬영 결과, 모성박탈을 경험한 아기는 감정을 느끼는 변연계가 활성화되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즐기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보고된다. 표정과 몸짓으로 주고받는 엄마와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부족한 아기는 정서를 주관하는 두뇌의 회로가 충분히 발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육자와의 애착의 질은 생존 뿐 아니라 개인의 성격형성과 타인과의 관계성에도 영향을 미쳐 한 사람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아이는 사랑 받은 만큼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한다. 부모와의 따뜻한 스킨십과 마음을 나누는 공감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역경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기 까닭이다. 세상에 내놓기 전에 우리 아이 단단해지도록 자주 안아주고 힘껏 사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