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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손 안의 금융’이 확산되면서 은행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은 열에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에서 동네 은행들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변화는 시중은행 점포 추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 2008년 4866개에서 작년엔 3961개로 줄어들었다.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의 저자 크리스 스키너는 지점 중심 은행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서점이나 레코드가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유한 바 있다.
이처럼 은행의 영업방식이 점포에서 온라인플랫폼으로 대체되면서 점포 채널의 역할은 축소되고 온-오프라인 등 채널 간 연결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거래나 업무 프로세스가 디지털 기반으로 옮겨감에 따라 은행은 더이상 돈을 거래하는 점포가 아니라 고객의 정보와 신용을 관리하는 데이터뱅크로 탈바꿈하고 있다. 필자가 가끔 자동화기기로 중무장한 은행 점포를 방문할 때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네 은행의 추억이 오버랩 되곤 한다.
그럼에도 금융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휴먼 터치(Human touch)’ 영역이 존재한다. 아날로그 금융서비스는 관계의 금융 그리고 고객의 물리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관계를 매개로 구축된 신뢰는 가격 경쟁으로 인한 고객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견고한 수단이며 경험에서 금융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아날로그 니즈는 테크놀로지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선진 금융기관들이 고객 친화적인 디지털 융·복합점포 개발에 역점을 두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모바일 시대에도 고객 접점에서의 서비스 수요는 매우 견조하다. 일례로 은행창구 내방 고객 중에서 종이통장 발급을 선호하는 고객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입·출금 내역을 눈으로 확인하고 종이의 질감으로 교감하는 아날로그 감성은 모바일뱅킹의 편의성 등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제공한다.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인 데이비드 섹슨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는 사람다움에 어필하는 디지털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래 시중은행들이 아날로그 친화적인 디지털 융합점포의 오픈에 집중하는 이유다. 예컨대 디지털 키오스크(Kiosk) 등 업무처리 자동화기기를 대면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방향으로 재배치하거나 커피숍처럼 편안한 라운지 형태의 융·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등 고객의 아날로그적 니즈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점포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미국 전역에서 지점 서비스가 가능한 리딩 인터넷은행인데, 엄밀히 따지면 온-오프라인 은행에 가깝다. 오프라인 접점이 있어야만 고객과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절묘한 조화를 찾아가도록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끝으로 은행의 지점 폐쇄로 모맹(mobile+盲)으로 불리는 일부 어르신들이나 금융소외 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이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을 중심으로 점포 다운사이징(Branch Down-sizing)이 단행됨에 따라 농촌지역이나 시골에서 은행 점포를 찾기란 거의 미션임파서블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도 은행을 금융기관으로 부르는 까닭은 은행이 지닌 포용적 가치 때문이다. 동네 은행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대체할 수 없는 공유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공감하는 관계의 가치, 커뮤니티 뱅크의 사회적 가치, 소외그룹에 대한 포용적 가치 등은 알고리즘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아날로그 방정식이다. 금융 현장에 몸담고 있는 필자 역시 디지털 금융이 확산될수록 동네 은행만이 담고 있는 아날로그 문화가 더욱 그리워지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