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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진행 및 정리=이데일리 김미경·장병호 기자] “중국은 예측 가능한 시장이 아니에요. 사드 봉합 여부와 상관없이 공연계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중국발 사드 갈등 이후 공연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중국 시장에 대한 평가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를 찾은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장,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신아 예술산업진흥실장, 공연제작사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합리적인 유통질서에 대입할 수 없는 곳이 중국”이라면서 “사드를 통해 비싼 학습 경험을 치른 만큼 이전처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한중 관계는 말 그대로 격랑의 한해였다. 연초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한 데 이어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1992년 수교 이후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적잖았다. 공연계도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국내 대표 공연관광상품인 ‘난타’의 충정로 전용관이 문을 닫는가 하면 내수 침체에 해외로 활로를 모색했던 국내 공연작품의 중국 수출길도 막혔다.
한중 양국이 지난 10월 사드 봉합에 합의하고 관계 개선에 뜻을 모으면서 국내 공연제작사들도 전환점을 맞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공연계 현장은 회복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 진출과 관련해 또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가. 공연 전문가들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국내 공연계 현황을 짚어보고 사드 이후를 전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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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이하 한)=공연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정부는 사드 문제가 봉합됐다고 하지만 정작 중국 공연을 추진해 보면 어려움은 산적해 있다. 우리 입장에선 이번에 중국의 민낯을 봤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 세 작품 정도 중국 무대에 올린 경험으로 볼 때 중국 기업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사드 카드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안다는 느낌이다. 중국인들은 오랜 친구나 이웃이라도 계산할 것은 하는 게 전통이란다. 똑똑한 장사꾼이다.
△김신아(이하 김)=그렇다. 사드가 중국 내 거센 한류 속도를 조절하는 카드로 쓰이겠구나 싶었는데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예측 가능한 시장이 아니다. 계약서도 소용없는 곳이 중국이라고 보면 된다. 사드 보복 국면에서도 HJ컬쳐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씨에이치수박의 ‘빨래’, 라이브㈜의 ‘마이 버킷리스트’ 등이 중국 무대에 올랐다. 중국 배우들이 공연하는 라이선스 수출을 통해 중국 프로덕션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실상을 보면 한국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공연들이 많다. 분명 한국 라이선스인데 중국 원작 공연처럼 둔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중국발 사드 보복 피해 규모 및 중국 시장의 현주소는 어떤가.
△한=단기 공연이 많고 중소극장 위주이다 보니 피해가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국내 공연의 중국 시장 진출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정도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발길이 줄어든 만큼 국내 관광공연상품의 타격은 규모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최광일(이하 최)=맞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1700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다. 당시 15%인 262만명의 유커가 공연 관람을 했다. 이제는 이 같은 호황을 기대하지 않는다. 유커가 줄어든 것 외에 더 큰 문제는 7할 이상이 저가 단체 관광객이었다는 사실이다. 유커 수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시장으로 돌아간다면 답이 없다. 면세점과 묶어 파는 식의 저가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에서는 면세점 플랫폼의 무가 공연을 하는 업체를 제명하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김=우리나라 유통시장이 건강한지 들여다봐야 한다. 생명력 있는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작품 하나를 만들면 의무적으로 30회 이상 자국에서 공연해 자체적으로 검증 절차를 치른다. 그 뒤에 해외 시장에 푼다. 숫자의 화려함만 좇기에 앞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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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앞서 말했다시피 국내 작품들의 중국 진출 경우 라이선스가 많고 시작 단계인 만큼 수치적으로 산출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중국 사드 관련해 정부 지원을 받은 공연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
△김=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이어 올해 홍콩에서 ‘K-뮤지컬 로드쇼’를 열어 해외에 국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사드 문제로 홍콩으로 선회했지만 반응은 더 좋았다.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등 인접한 시장까지 겨냥할 수 있었다. 이의 일환으로 한국 공연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MD 개발 등 별도의 컨설팅이나 공연 단체가 해외 초청을 받았을 경우 항공·화물료를 부분적으로 지원해준다. 이외에 중국 진출에 대한 사례들을 모으는 중이다. 비슷하게 묶이는 사례가 없을 정도로 중국 시장은 다 다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례를 모아 가이드북을 만들어 중국 진출을 모색하거나 진행 중인 공연제작사들을 도울 생각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무엇인가.
△김=중국인의 문화적 취향을 볼 때 뮤지컬 시장은 승산이 있다. 다만 킬러 콘텐츠라고 할만한 게 있냐는 거다. 중국만 해도 대륙별 동서남북으로 제각각인데 비슷한 색깔의 콘텐츠 일색이라 아쉽다. 자생할만한 유통질서도 필요하다. 중국의 사드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문화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100% 동감이다. 비단 중국발 사드 사태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일본 독도 문제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공연계는 바뀐 게 전혀 없어 안타깝다. 공연계 현장 관계자들이 모여 이에 대한 논의 자리가 필요하다.
△한=공연은 직접 제작 이외에 투자 시장이 없다. 뭔가 콘텐츠 업계처럼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기술개발 등 가치 평가를 가름할만한 기준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파트너라는 동등한 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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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공연계가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한=이제는 중국에만 작품을 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내에서 먼저 검증을 받은 뒤 해외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김=중국 말고도 무궁무진한 시장이 있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서울아트마켓’이 중남미를 ‘포커스 권역’으로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문화적 취향을 제대로 분석해 진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공연관광에서는 넌버벌만 공연관광 콘텐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실제로 올해 대학로에서 공연관광축제 ‘웰컴대학로 페스티벌’를 개최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작품에 대한 자막 지원 서비스를 진행했다. 내년에는 대학로 전체를 축제 공간으로 삼아 에든버러 페스티벌 같은 축제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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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거망동(輕擧妄動)해선 안 된다. 우리 자체 내에서 내공을 갖추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사드가 풀린다고 해서 중국에 올인할 이유도 없고, 사드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놀랄 필요도 없다. 결국 내공만 있으면 가치를 평가받는 게 공연 시장이다.
△최=장사보다 체력이 먼저다. 시장 팽창에 편승한 양적 성장에만 주목해선 미래가 없다. 한국의 멋과 매력이 잘 스며든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게 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태양의 서커스’나 ‘인상 시리즈’를 보면서 규모와 디테일을 부러워하는데 머물지 않고 2017년 공연관광역사의 역량과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한류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때다.
△한=이번을 계기로 숨 고르기를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거둬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대담 참석자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장=공연연출가. 두비컴 대표. 넌버벌 공연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연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야제 연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엑스포 팝 페스티벌 총연출.
△김신아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산업진흥실장=공연 프로듀서. 동아시아 문화도시 추진위원.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문화행사 자문위원.
△한승원 HJ컬쳐 대표=공연제작자 겸 기획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넬리’ ‘라흐마니노프’ 등 제작.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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