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KT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하는데, LTE 데이터요금을 낮추기 위해 LTE 정액제 요금 수익에서 자사가 갖는 비율을 10%p 상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수익배분 방식에서 10%p 상향은 사실상 20%의 도매대가 인하라며, 어르신·저소득층 요금감면에 25%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까지 이뤄져 여유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정책이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가다 보니, 요금 경쟁력을 잃게 된 알뜰폰과 수익이 줄어든 이통사 간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양사 갈등에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LTE 정액제 요금 수익에서 알뜰폰 업체가 갖는 비율을 10%p 상향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적인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역시 CJ헬로비전을 빼고는 대부분 3G나 선불카드 영업에 집중하는 상황이어서 이 이슈에선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헬로모바일은 데이터 10GB를 월 2만원 대에 사용할 수 있는 ‘보편 USIM 10GB’ 요금제를 9월 1일부터 선보였다. 데이터 10GB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불필요한 고객에게 기본제공량(100분/100건)을 줄여 기본료를 월 2만9700원(부가세 포함)으로 낮췄다.
이는 이통3사의 비슷한 요금제인 ‘band 데이터 퍼펙트’나 ‘LTE데이터 선택 65.8’보다 데이터량은 1GB 적지만 요금은 50% 정도 싸다. 두 요금제는 데이터 11GB에 음성통화는 무제한이나 원래 상품(6만5890원)에 25% 요금할인을 적용해도 4만9390원(부가세 포함)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CJ헬로비전은 이 요금제를 팔수록 손해다. 때문에 ‘보편 USIM 10GB ’출시는 정부에 무언의 호소로 풀이된다. 헬로비전은 SK텔레콤 등에 3만7945원(6만5890원의 50%)에 음성무제한 제공에 따른 추가 비용(5000원)을 내는데, 추가비용을 빼도 이통사에 3만7천원이 넘는 돈을 내고 고객에게는 2만9천원 대로 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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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CJ도 대기업이다…설비 구축 등 자생력 필요
SK텔레콤 역시 알뜰폰 도매대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종량제가 아닌 LTE 정액제에서의 CJ헬로비전 요구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CJ 요구대로 LTE 데이터 정액제에서 도매대가를 현재 50%에서 10%p인하하면 실제적으로는 20% 인하 효과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LTE 정액제에서의 수익배분 방식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사업자가 대기업인 CJ헬로비전이라는 점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이 활성화돼 경쟁 촉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대기업 계열인 CJ헬로비전까지 설비투자 없이 규제에만 의존해서 자사 서비스의 요금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문제 아닌가”라면서 “알뜰폰 도매대가를 인하한다해도 중소 알뜰폰 위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신경민 의원 주최로 15일 열린 ‘통신비 인하 첨병, 알뜰폰의 미래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현행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의 이동통신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음성-데이터-SMS가 결합된 패키지형 상품(LTE 데이터 정액제)과 서비스별로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종량제) 간에는 전략적 선택에 따른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도매대가 산정방식과 실제 시장에서 이뤄지는 알뜰폰 사업자와 정산하는 방식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