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서 강북 ‘마용성’으로…서울 내 집값 급등 지역 확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0.34% 올랐다. 금리 인상과 입주 물량 증가, 대출 규제 강화 등 악재가 이어지며 올해 집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완전히 빗겨나간 오름세다. 이에 정부는 달아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부동산 규제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3년 출범 1분기 동안 전국 아파트값이 1.48%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임기 동안 34% 가량 집값이 폭등했다. 노 정부는 이 같은 집값 급등세에 거품이 가장 심한 7곳을 꼽아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칭했다. 당시 집값 급등 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신도시, 용인시 등으로 서울 강남권과 신도시에 집중됐다.
반면 최근 ‘신버블세븐’으로 주목받는 지역은 강남권을 넘어서 강북 도심권역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일명 ‘마용성’으로 묶이는 서울 마포·용산·성동구가 대표적이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 재추진 등의 호재가 줄잇는 용산지역 아파트값은 이미 3.3㎡당 2551만원으로 강남권인 송파구(3.3㎡당 2558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활발한 주택정비사업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마포구 아파트값도 올 들어 1.64% 가량 뛰었다. 지난해 10월 마포에서 분양한 재개발 아파트 ‘신촌숲 아이파크’는 74.8대 1로 강북권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매 제한이 풀린 이 아파트 전용 59㎡형 분양권은 이달 분양가 대비 7000만원 가량 오른 6억 9000만원 선에 팔렸다.
도심 업무지구로 접근성이 좋은 성동구도 성수동 일대에 한강변 초고층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며 올 들어 집값이 1.71%나 뛰었다. 지역 전체가 재건축 사업권에 든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과천시의 경우 각각 신강남권과 준강남권으로 분류되며 올 들어 2.91%, 0.33%의 집값 오름세를 보였다.
2006년 버블세븐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것과 달리 신버블세븐에는 세종·부산 등 지방 지역도 포함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세종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등 세종시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공약 등에 힘입어 올 들어서만 2.25% 가량 집값이 뛰었다. 이는 서울 전체 상승률(1.72%)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발표된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 지역에 포함됐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에서 비켜난 부산 역시 올 들어서도 집값이 1.92% 가량 뛰며 집값 과열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부산에서는 200여 개에 달하는 사업장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만큼 활발한 정비사업으로 신규 단지 공급이 잇따르고 있지만 전매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집값도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부산에서 공급한 ‘연지 꿈에그린’ 아파트는 481가구 모집에 10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평균 228대 1로 올 들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방 전체적으로는 같은 기간 집값이 0.12% 떨어지고 미분양 주택도 늘고 있는 추세다. 버블세븐 당시와 견줘 집값 급등을 보이는 지역의 분포가 확대됐지만 국지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확한 시장 진단에 따른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지역별 상황이 너무 달라 과열이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욱이 입주 물량 증가 및 금리 인상 가능성 등 하반기의 가격 하방 압력이 아직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전체를 냉각시킬 수 있는 일괄적 규제가 아닌 지역별 맞춤형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