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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지체 아동 복지시설 ‘라파엘의 집’. 입구에 들어선 김경필 교사는 박주영(18)군과 강하나(11)양의 안부부터 물었다. 라파엘의 집 관계자가 “1시간 전에 일어나 선생님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김 교사는 한달음에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몸을 들썩였다. 김씨는 “눈을 보니 잠을 잘 잔 것 같다”며 “아이들이 보여주는 미소가 카네이션보다 더 값진 선물”이라고 했다.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 경운학교에서 근무 중인 김씨는 매일 아침 학교 대신 ‘라파엘의 집’으로 출근한다. 몸이 불편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지체 아동들을 직접 찾아가는 ‘순회 교육’을 위해서다. 지난해 3월 박군과 강양의 담임을 맡았다. 김씨는 두 아이에게 평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40분씩 4교시에 걸쳐 간단한 수 읽기 등을 가르친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지체장애 아동을 돌봤던 그는 육체적 치료보다 교육을 통해 지체장애 아동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특수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2년 6개월동안 특수교사 임용고시 준비한 끝에 2005년시험에 합격해 2006년 3월부터 특수교육 교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자신의 손을 거쳐 간 여러 학생들 중에서도 김현수(17)군을 잊지 못한다. 아쉬움 때문이다.
김씨는 “라파엘의 집에서 손꼽을 정도로 명랑하고 말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가족들이 작년 8월 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며 “라파엘의 집을 떠나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수의 빈 자리는 박군과 강양이 메우고 있다. 그는 “두 아이가 말은 잘 못하지만 계속 대화하고 눈빛으로 교감을 나누다 보면 말을 하듯 소리를 내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이 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지만 사실 특수교육 교사일이 버거울 때가 많다. 김씨는 “특수교육 교사가 부족해 과중한 업무에 지칠때도 많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가 몸 담고 있는 경운학교에서 근무중인 특수교사는 40명, 학생 수는 140여명이다. 교사 한명 당 4명꼴이다. 그러나 아이들마다 장애 수준에 따른 학습 편차가 크고 개인적인 특성도 모두 다른 탓에 아이들마다 맞춤형 수업을 준비해야 해 언제나 일에 치여 산다.
김씨는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시선에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해 무산됐다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보듬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특수교육 대상자들을 함께할 이웃으로 여기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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