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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대표는 “대기업들은 홉(맥주 주재료)을 한 종류만 사용하는 반면 저희는 30여가지를 사용한다”며 “원재료 가격이 높으니 기존 국내 주류 기업들이 비결을 알아도 시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강남의 한 소규모 양조장에서 시작한 플래티넘맥주는 지난해 세계 3대 맥주대회라 일컫는 ‘호주 국제 맥주 어워드(AIBA)’ 챔피언트로피 수상, ‘아시아 비어 컵 2015’ 은메달 등 해외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맥주다.
연매출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대기업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플래티넘맥주는 지난해 국내 소규모 맥주 제조사 중 최고 매출액인 44억원을 기록했다.
배 대표가 맥주 맛에 눈 뜬 것은 미국 생활 경험 덕분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 한 그는 미국의 한 산업용 기판 제조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배 대표는 “한 소규모 양조장에서 신입직원 환영회를 했었다”며 “지금껏 마셔온 맥주와 다른 신세계를 맛봤다”고 돌이켰다. 맥주 맛에 빠진 배 대표는 그 길로 한국에 수제 맥주집을 차릴 수 있는지 알아봤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2조~3조원의 자금이 드는 대형 맥주회사만 설립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꿈을 잠시 접는다.
2년간 미국에서 근무한 배 대표는 “이화전기(024810)를 창업한 아버지가 사업을 물려받기 원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러나 이화전기에서의 근무기간 단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배 대표 스스로 그만한 능력이 안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젊은 나이에 200명이 넘는 직원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배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 대신 창업을 통해 한 걸음씩 성장하고 싶었다. 3~4명의 작은 회사라도 직원이 만족할 수 있는 회사 또한 만들고 싶었다. 1996년 이피코리아를 창업한 그는 통신사 기지국에 탑재하는 산업용 배터리 수입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다. 배 대표는 “당시 LG(003550), 한솔 등이 줄이어 통신사업에 진입했던 때였다”며 “최대 20년까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제품을 독점 공급해 재미를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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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배 대표는 본격적으로 맥주 공부에 나선다. 그는 “장비 수입업 특성상 해외 출장 건이 많았다”며 “수천달러의 참석비용이 드는 세미나도 맥주만 배울 수 있다면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정부는 관광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법을 바꿔 소규모 맥주 양조장 개설을 가능케 했다. 배 대표는 곧바로 서울 압구정에 247㎡(75평) 규모로 소규모 맥주 제조·판매점 세운다. 기존 라거와 다른 에일맥주는 줄을 서서 마셔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세제혜택이 없어 겨우 손익분기를 맞추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 시기 소규모 양조장 붐에 편승한 수많은 가게들이 얼마 안 가 폐업하기도 했다.
2005년 배 대표는 이피코리아를 형에게 맡기고 맥주 사업에 집중한다. 그 이후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반출 금지, 일반맥조제조면허 시설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순차적으로 풀렸다. 그 사이 그는 국내 최고 맥주 전문가 중 하나인 윤정훈(46) 브루마스터(현 부사장)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지금의 수제맥주를 완성한다. 플래티넘맥주는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충북 증평에 아시아 최대 규모(최대 연간 1300만리터)의 크래프트맥주 양조장도 준공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제외하곤 100만리터 이상 양조장 시설은 최초다. 배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며 “한국땅에서 100년간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으로도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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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Ale)맥주 :시중에서 흔히 파는 저온(4~10도)/하면발효 맥주인 라거(Lager)와 다른 상온(17~23도)에서 상면발효하는 맥주를 뜻한다. 주로 색이 붉으며 진하다.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크래프트(수제)맥주 : 대게 대기업 생산량 대비 10%가 안되는 양조장을 뜻한다. 통상 미국은 연간 1억5000만리터 이하의 양조장을 크래프트 맥주라 칭한다. 하이트·카스 등 국내 대형 맥주제조사는 각각 약 20억리터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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