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5만원’이 올해 추석선물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김영란법’ 효과다. 법이 시행되는 오는 28일부터 공무원·언론인·교사 등을 대상으로 5만원 이상의 선물이 제한된다. 이에 5만원 내외의 실속형 선물세트가 주목받고 있다.
확실히 차분해졌다. 추석을 앞둔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유통사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고가 프리미엄 세트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가성비가 높은 실속세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만원이 훌쩍 넘는 한우·굴비 등에 집중하던 직전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명절 선물문화에 거품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반복돼 왔다. 선물 가격으로 체면을 세우려는 오랜 관습탓이다. 비즈니스 상 중요한 손님일 수록 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은 매너’로 통했다. 쌀수록 잘 팔린다는 경제학의 기본 법칙은 선물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술이 판쳤다. 과대포장이 대표적이다. 스티로폼부터 띠지, 장식품 등을 더해 제품을 본래 가치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눈속임했다. 이는 소비자 불만뿐만 아니라 자원낭비·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앞둔 올해 명절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5만원에 맞추다보니 포장보다 내실에 더 신경쓴다. 불필요하게 큰 선물보다 3마리 씩 포장한 굴비 등 ‘소포장’도 증가했다. 비싼 참조기가 아닌 민어로 굴비를 만든 ‘민어 굴비세트’도 인기다.
이에 백화점·대형마트는 5만원 이하 품목 가짓수도 20~30% 가량 늘렸다. 매출로도 확인된다. 현대백화점(069960)에 따르면 명절 선물 본판매기간 5만원 대 세트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일·와인 매출은 작년보다 각각 13.6%·10.1% 씩 증가했다. 대부분 고가 제품인 한우·굴비세트 신장률(9%·8.5%)보다 폭이 크다.
이미 변화는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5만원’이란 액수가 아니다. 허례허식을 걷어낸 선물 주고받기 문화가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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