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산수입 보다 국산무기 개발 , 비용·시간 더 들어
무기 구입은 홈쇼핑이 아니다. 먼저 일선현장에서 필요한 수요를 파악한 뒤 원천기술 제공을 수입요건으로 요구하는 등 최대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10년이 소요되며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처럼 20년 이상 걸리는 사업도 있다. 육·해·공군에서 수요가 발생하면 이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해외 수입 등 도입여부를 결정한다. 해당사안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으로 이관돼 선행연구를 거쳐 사업추진 기본전략이 수립된다.
이를 중기 계획에 반영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급성이나 국내 기술 성숙도를 고려해 국내에서 연구개발 할 것인지 해외 방산업체를 통해 구매할 것인지 결정한다.
해외 구매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기 구매 결정이 내려지면 연기되는 사례가 드물다. 반면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무기를 전력화하는 경우에는 연구개발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육군의 국산 차기 전차 K-2(흑표)가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차체 개발을 끝내 놓고도 핵심 모듈을 국산화하는 작업이 늦어져 도입이 계속 지연됐다.
군은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장치 패키지인 ‘파워팩’ 국산화를 기다리다 결국 독일제 파워팩을 탑재해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현대로템의 파워팩 개발을 기다리다가 전력화 예상시기는 4년여나 늦어졌다.
◇ 한해 외산무기 수입규모 최고 9.2조원 달해
이같은 문제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에 비교적 값싸게 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외산 수입이 전력운용 측면에서는 안정적이다. 방사청의 국외구매 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17조9760억 원어치의 외산무기를 구입했다. 2014년에는 한 해에만 9조2487억원을 지출했다. 방사청의 1년 예산이 총 16조 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외산 구매 방식은 해외 방산기업에서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국외상업구매와 대외군사판매(FMS) 두 가지다. 수출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FMS 방식은 성능 보장과 함께 부품조달 등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그간 방사청은 판매국 정부와 협상력을 높여 FMS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문에 2013년부터 FMS 구매 비율은 상승 추세다. 하지만 판매국 정부가 가격을 대체로 높게 제안하는 게 단점이다.
국외상업구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정부(방사청)가 국외업체로부터 군수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국외상업구매는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기중개상의 개입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치열한 로비 과정에서 하자가 있는 제품의 납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국외상업구매 과정에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이를 판매하는 공급사,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무역 대리점이 참여한다. 하자 발생시 업체 간 책임소재 규명 등으로 시간이 오래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하자 보수 지연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외상업구매 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면서도 “판매국 국익에 따라 돈을 아무리 줘도 못사는 무기들이 있기 때문에 자체 기술력 확보는 물론 핵심부품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사청의 국가별 국외 상업구매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미국으로부터의 상업구매 액수가 3조6236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영국 1조467억 원, 독일 7304억 원, 이스라엘 4980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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