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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중국 수혜주를 찾으시나요

김대웅 기자I 2016.03.23 06: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한궈팅하오”(韓國挺好: 한국 너무 좋아요)

중국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종종 택시기사들로부터 듣는 말이다. 밑도 끝도 없이 한국이 뭐가 좋다는 건지 싶어 처음엔 그저 외국인에게 하는 인사치레겠거니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이들이 한국을 자세히 모르지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왜 그럴까. 기자가 중국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은 중국인들의 인식 기반에 한류(韓流)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일부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자리잡았던 한류가 이제는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폭넓게 퍼져 있다. 한류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 시장에 수월하게 침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한류의 중심은 단연 엔터테인먼트다. 일부 한국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이뤄낸 결과이니 엄밀히 말해 한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한국 화장품도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이용자 폭이 좁고 기간도 짧다.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로 어느정도 정점을 찍었다는 인상도 준다.

이와 달리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 게임을 중심으로 한 엔터 한류는 중국인의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 스타와 인기 드라마를 통해 시작된 한류는 점차 범위를 넓혀 이제는 중국인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일각에서는 이제 한류가 끝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기업들의 자체 콘텐츠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한국 문화에 대한 참신함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1선도시(대도시)는 자체 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있지만 2·3선도시(중소도시)에 가보면 여전히 한류가 대세인 곳이 많다. 소규모 도시는 이제 막 태동 단계인 곳도 적지 않다.

이는 중국 특유의 만만디(慢慢地) 성향과도 연관이 있다.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과 달리 중국인은 ‘천천히 하지만 신중하게’를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아이템 하나가 유행하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진 뒤 금세 사라지지만 중국은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아주 천천히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땅덩이가 워낙 넓다보니 물리적 요소도 작용한다. 한류가 1선도시에서 정점을 찍은 것은 맞지만 2·3선도시로 확대되면서 최소 5~10년은 명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대도시에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중소도시로 가보면 많은 상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가요를 틀어놓고 영업한다.

이런 와중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가히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한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태양의 후예 1편당 1억명이 넘게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재작년 돌풍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고 소비 규모도 커지면서 이를 활용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중국 수혜주’를 찾아 투자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중국에서 제조업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류를 이용한 문화사업은 ‘진짜 중국 수혜주’로서의 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한류는 과거 1980~90년대 한국에 불어닥쳤던 홍콩영화나 일본만화 열풍 이상의 인기를 중국에서 누리고 있다. 여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 내 엔터 사업의 문이 더욱 넓어진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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