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경제계에선 한국 경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활성화 정책과 함께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이른바 4대 개혁의 실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용유연성 제고를 핵심으로 한 노동개혁이 단행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정부·여당과 경제계가 말하는 노동개혁은 ‘쉬운 해고·질 낮은 일자리 양산’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경제계와 노동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함께 기간제법·파견법 등 노동개혁 5개 법안이 올라와 있다. 노동개혁 법안들의 핵심은 현재 2년인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뿌리산업 등 제조업 전반에 파견직 허용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에 대한 지침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노동개혁 법안들의 통과를 연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계와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공식 청년실업자 44만여명에 구직 단념자 등 잠재적 청년실업까지 합하면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12만여명에 이른다. 청년층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저출산과 내수부진이 계속돼 경제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경제계는 노동개혁이 사용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라 공정하고 활기찬 경제구조를 구축, 젊은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한다고 역설한다. 정년에 가까운 근로자의 임금을 일정비율로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이다. 60세 정년연장에 대비하고 청년채용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313개 공공기관들은 올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해 내년에 4441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30대 민간기업 주요 계열사 378개소의 66%(251곳)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이다. 삼성과 LG·롯데·포스코·GS·한진·두산·신세계·CJ·LS 등 주요 그룹은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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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야당과 노동계 등의 거센 반대로 노동개혁 논의는 겉돌고 있다. 이들은 기간제 계약기간 연장과 뿌리산업 파견직 확대 등은 비정규직만 양산할 거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지침 마련은 기업의 해고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한다. 실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연차와 직급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는 20대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거센 비난여론에 철회한 바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 5대 입법에 이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지침까지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사정위원회 합의 파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수년째 지속된 경기침체로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많이 떨어진 만큼 노동시장 구조개혁 필요성은 강하게 제기된다. 조속한 노동개혁으로 대기업 정규직 위주인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타파해 기업에게 인력운영의 재량권을 마련해줘야 고용유지 및 창출이 가능하다는 목소리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인 ‘Aa2’로 상향조정하면서 향후 구조개혁 확대 여부가 등급조정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기업이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법안 등의 통과로 심각한 위기를 버터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일자리 창출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노동개혁 입법 촉구를 위한 경제5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망가져서 모두 실직을 하느냐 일부라도 남겨서 경영을 개선하느냐의 문제다”며 “경영을 개선하면 근로자들을 다시 채용할 수 있고 실제 이 같은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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