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북 경산에 있는 아진산업 본사에서 만난 서중호(56) 대표이사는 “대표와 직원들과의 열린 마음이 회사의 성장동력”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대표이사 집무실 앞에는 흔히 있는 비서도 없고 방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외부 손님뿐만 아니라 생산현장에 있는 직원들도 수시로 서 대표에게 직접 업무보고나 고민상담도 한다.
그가 직원들로부터 직접 업무보고를 받는 이유는 딱 하나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문제점도 가장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임원이나 관리자들을 통해 업무보고를 받으면 당시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
자동차 부품업체 우신산업을 경영하던 서 대표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아진산업을 2003년 인수하고 당시 200억대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현재 2000억대까지 성장시켰다.
인수 후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진산업도 큰 위기를 겪었지만 “직원들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인력 구조조정없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 날 탄탄한 중견으로 자리매김했다.
서 대표는 회사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부서 간 이기주의를 없앤 것”을 첫손에 꼽았다. 부서간 이기주의가 사라지자 “직원들이 모든 업무를 전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한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아진산업의 매출 가운데 현대·기아차 비중이 약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시장의 우려는 이미 알고 있다”면서도 “꾸준한 R&D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낮아져도 걱정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아진산업은 기술연구소 외에도 선행기술연구소를 별도로 갖추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R&D 인력도 80여명에 이른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전장부품 개발을 시작해 어라운드 뷰 시스템(4개의 카메라로 자동차 주위를 360도 전방위로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양산하고 있다”며 “전장부품과 탄소섬유를 이용한 차체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역 공고 출신들을 뽑은 뒤 아진USA와 같은 해외법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공고출신들의 딜레마인 군복무 문제 해결을 위해 군에 입대해도 상여금을 지급하고 근속연수로 인정해준다.
서 대표는 “공고출신들은 군 복무기간이 경력이 단절되는 시기라 고민이 많다”며 “제대 후에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공고 출신의 우수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진산업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에는 대구·경북지역뿐만 아니라 전라도, 경기도의 공고에서도 학생들 취업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진산업의 인재육성에 대한 노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역 명문 국립대인 경북대에서도 입사지원이 늘고 있다.
아진산업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오는 22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는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상장을 결정했다”며 “상장을 통해 300억~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경산지식산업단지에 새롭게 마련할 시설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마지막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전했다. 전 직원에게 차를 1대씩 사준 뒤 그 차를 일렬로 세워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주요 거래처인 현대·기아차 사옥이 있는 양재동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는 그동안 고생한 회사 임직원들에게 주는 보상임과 동시에 주요 거래처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외형확대보다는 이익을 많이 내는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