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달라고 한 것은 상한규제 때문에 국내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통법상 최대로 줄 수 있는 지원금이 33만 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최신 프리미엄폰을 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LG전자가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이면서 가격이 싼 보급형 단말기 라인업 확대 등은 하지 않고, 판매량 감소를 법 탓으로 돌리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신폰에 대한 출고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LG전자 한 임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담당 국장을 만나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PPT자료를 전달했다. LG전자가 공문을 통해 탄원서를 넣은 것은 아니지만, 이 문서에는 “너무 어려우니 상한제를 폐지해 숨통을 틔워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임원은 자주 들어와 단통법이후 시장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당시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언급하면서 자료를 두고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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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따르면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2010년 직후인 2011년 2600만 대를 넘어섰다가 그 이후로 2300만 대, 2100만 대 등으로 줄었다. 10월 단통법이시행된 2014년에는 1800만 대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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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이통사 “스스로 출고가 낮춰야”…“제4이통 고려해야”
그러나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상한제 폐지에 부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G4가 갑자기 잘 팔릴까는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삼성과 애플에 끼어 있고 샤오미와도 경쟁하는 LG전자가 본원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출고가를 낮추고 프리미엄폰 전략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기존 통신비보다 훨씬 저렴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 중인데, 단말기 지원금으로 가입자를 모으는 시대로 되돌아 가면 제4이통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단말기가 잘 팔리지 않는다면 스스로 출고가를 낮춰야 할 것”이라면서 “자사 제품(단말기)의 가격을 이통사보고 내리라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견도…LG 문제 만으로 단통법 개정은 안 될 듯
하지만 청와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부처 일각에서는 내수 진작과 함께 소매 규제 완화 차원에서 단통법상 지원금 상한을 50만 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법 개정 상황이지만, 지원금 상한액을 현행 33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는 일은 방통위 고시 개정으로 가능하다. 다만, LG전자의 건의문만으로 정책이 확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시행이후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예전보다 많은 지원금이 돌아가는 점이나, 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한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정부가 법으로 소매가격을 규제하면서 생기는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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