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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올해 들어 호텔 신축을 허용한 곳은 이 곳만이 아니다. 마포구 노고산동,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 등 5곳에서 호텔 1500여실을 건립하는 계획이 승인됐다.
서울 시내에 호텔 공급이 잇따르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131곳(2만 3176실)이었던 서울시내 관광 숙박시설은 지난해 217곳(3만 2482실)으로 60.4% 급증했다. 객실 규모(1만656실)로 따지면 2년 새 37%가 늘어난 셈이다. 시가 2017년까지 사업계획을 승인한 호텔은 총 179개(2만 6564실)로, 이미 운영 중인 호텔의 87%(객실 기준)에 이른다.
수요를 감안하지 않는 호텔 공급 증가는 자칫 ‘역(逆) 객실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지가 최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숙박시설 수급 불균형 실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하룻밤에 숙박비 17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관광·가족·비즈니스 호텔’ 이용 수요는 1만 5731실로 추정 공급 물량(2만 1092실)보다 5361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호텔 공급은 넘치는 데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는 ‘역객실난’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 꺼진 호텔의 객실난을 야기한 주된 원인은 숙박시설의 ‘수급 미스매칭’이다. 서울연구원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료 6만~12만원 선인 중저가 호텔 객실의 경우 찾는 숫자(1만 6594실)가 실제 공급 물량(8793실)을 2배 가까이 넘어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중저가 숙박시설인데 비해 시장에서는 고급 호텔만 짓고 있는 셈이다.
금기용 서울연구원 박사는 “수요가 원하는 가격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주로 고가 호텔의 사업 승인만 이뤄지면서 객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게스트하우스 등 대체 숙박시설 이용을 늘리는 상황에서 고급 호텔 증설만 늘 경우 ‘역 객실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시는 호텔 규모·등급에 상관없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일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고급이나 중저가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 차등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고급 호텔 증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시 도시 계획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맞춰 서울의 관광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승인하고 있다”면서도 “호텔 신축시 얻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상가 등 부대시설에 사용해도 막을 조례는 없다”고 말했다.
황병희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 팀장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호텔 증설이 늘고 있지만 엔저 현상으로 이탈한 일본인 관광객과, 숙박 대신 쇼핑에 돈을 쓰는 중국인 관광객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대의 호텔 증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