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만만치 않네'…세계 1위 복제약 업체 데뷔전 '쓴맛'

천승현 기자I 2015.04.06 03:00:00

한독테바, 작년 매출 37억원..영업손실 120억원
국내제약사 과열경쟁 구도로 경쟁력 확보 실패
한독테바 "신약·개량신약 준비 중..2~3년 후 성과 전망"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세계 1위 복제약(제네릭) 업체 테바가 한국시장 데뷔전에서 체면을 구겼다. 수십개의 제네릭 업체가 난립한 국내시장의 과열경쟁으로 조기정착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테바는 지난해 매출 38억원,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1위 제네릭 업체라는 명성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2014년 한독테바 실적(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테바는 연매출 25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지난 2013년 11월 한독(002390)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합작비율은 테바 51%, 한독 49%으로 테바가 제품을 공급하고 한독과 한독테바가 공동으로 영업하고 있다.

◇ 품목당 평균매출 불과 ‘1억원’

한독테바는 국내 상륙 이후 기존에 명문제약이 갖고 있던 자사 제품 판권을 회수하고 신제품 10여개를 출시하는 등 총 30여종의 제네릭을 발매했다. 하지만 품목당 평균 매출이 약 1억원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을 보였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케어의 원외처방실적 자료에 따르면 한독테바는 단 1개 품목도 매출 10억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테바가 국내에 상륙하면 글로벌제약사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제네릭 시장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예상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네릭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글로벌 제네릭 업체가 빠른 시일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독테바 주요 제품과 복제약 수.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제로 한독테바가 판매 중인 ‘레비티라세탐’ 성분의 간질약 ‘레비티퀄’은 같은 성분의 제품이 19개 포진해있다. ‘몬테루카스트’ 성분의 천식약 ‘몬테퀄정’은 50개 업체와 경쟁 중이다. 이 시장에는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등 막강한 영업력을 보유한 국내 상위제약사들이 대거 진입한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라는 이름값을 감안하더라도 1000명 이상의 영업사원을 보유한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단기간에 우위를 점하기는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 2016년까지 개량신약 발매 예고

한독테바는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유석 사장이 지난해 출범 1년만에 돌연 사퇴하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 사장으로 옮기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아직 시장 진입 초기라는 점에서 한독테바의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독테바는 2016년까지 항암제, 중추신경계, 호흡기, 순환기 제품 등을 중심으로 50여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순 제네릭 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개량신약 발매도 예고했다. 신제품 개발에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면서 일정 기간 영업손실 확대도 감수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먼저 무력화하는 업체에 제네릭 판매 독점권을 부여하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면서 영업력보다는 특허전략이 강점인 테바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테바는 미국에서 허가특허연계제도를 활용해 몸집을 불려왔다. 국내에서도 이미 천식치료제에 대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독테바 관계자는 “현재 순차적으로 신제품을 개발·발매 예정이어서 출범 첫해부터 성과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면서 “테바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약, 개량신약 제품이 본격적으로 발매되는 2~3년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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