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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낮과 밤이 180도 다른 이가 있다. 시의원인 그는 연설준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부가 딸린 부잣집에서 자라 돈이 많은 데다 성격도 밝아 따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 그는 밤이 되면 ‘노예’가 된다. 밤을 함께 즐기려는 남자를 사 거친 연애를 즐긴다. 바람피우기가 특기다.
아이돌그룹 클릭비 출신 오종혁(31)의 ‘이중생활’이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9월 14일까지 홍대대학로아트센터)와 연극 ‘프라이드’(11월 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속 모습이다. “‘프라이드’ 속 가학적인 성행위 장면은 겪지 않은 일이라 수치심이 들기도 했는데 이젠 아무렇지 않다.” 오종혁은 “배역에 감정에 들어가다 보니 가슴 속 상처와 아픔만 느껴지더라”고 했다. 오종혁은 1년 사이 대학로에서 부쩍 자랐다. 뮤지컬 ‘그날들’을 거쳐 ‘공동경비구역 JSA’와 ‘블러드 브라더스’까지.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공연에 주연을 꿰차며 연타석 안타를 쳤다.
시작부터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2008년 겨울은 혹독했다. 뮤지컬 데뷔작인 ‘온에어’를 준비할 때다. 오종혁은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멘붕’에 빠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 사례가 드물었고 편견이 심했다. 게다가 처음이지 않았나. 창법에 무용을 기반으로 한 춤, 연기 등 모두가 낯설어 힘들었다. ‘내가 여기 왜 있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죄송하지만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내야겠다고 고민했을 정도로 버거웠으니까.”
무너지기 직전인 오종혁을 잡아준 건 동료 배우와 연출가다. 이를 악문 그가 택한 건 정면돌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실을 지켰다. 오종혁은 “한 달 반 동안 하루에 세 시간 넘게 잔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연출가는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해 봐’라는 식으로 새벽까지 연기연습을 도와줬다.” 성실을 무기로 오종혁은 배우로서 신뢰를 쌓았다. 오종혁과 ‘온에어’를 함께 한 최성신 연출은 이후 ‘웨딩싱어’와 ‘공동경비구역 JSA’에도 그를 불렀다.
공연활동은 활발했지만 오종혁은 어느 순간 낯설어졌다. 2013년 해병대 제대 후 그는 진중해졌다.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방송활동도 하지 않았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질문에도 매우 신중하게 답했고 좀처럼 웃지도 않았다. 어두워 보이기도 했다. 열여섯 살에 가수로 데뷔해 웃음 가득했던 아이돌 1세대의 친근감은 찾기 어려웠다. 제대 후 개별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 “사실 제대하고 나서 ‘왜 이렇게 딱딱하냐’ ‘너무 어둡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6~7년 전보다는 훨씬 밝아진 거다.” 단순히 ‘군기’ 탓은 아니란 얘기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180도 변했다. 여러 사건을 치르며 큰 상처도 받았고 어느 순간 사람이 무서워졌고 말수도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나아진 건 공연에 집중하면서다. 몸 부대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또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TV에서는 언제쯤 자주 볼 수 있을까. “제대하면서 소속사에 2년 동안은 공연에만 집중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힘을 키우고 싶었다. 내년부터는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제 곧 노래를 하는 오종혁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에는 앨범도 낼 것 같다.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노래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