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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력받던 지방 주택 매매시장… 외지인 빠져 나가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은 “대구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집값이 오를 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는데도 외지인 투자자 유입 등에 힘입어 인위적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 지사장은 “2010년부터 늘어난 외지인 투자자가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집값이 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집값 하락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대구 지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시는 주택시장에 투기성 세력이 끼어 있는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다른 지역에서도 외지인 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0년 1~7월까지 거래된 아파트(7만9114건) 중 1만1032건이 외지 투자자에 의해 이뤄졌다. 그런데 올해는 외지인 거래가 5373건으로 반토막 났다. 외지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이 기간 14%에서 12%로 2%포인트 하락했다.
부산 아파트값은 2011년 20% 오르며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른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외지인 아파트 거래 비중이 18%에 달했지만 올해는 15%로 줄었다. 울산은 올해 아파트 2만558가구가 팔려 지난해(1만5256건)보다 거래량이 늘었다. 하지만 외지인 거래 비중은 3.8%포인트 하락했다.
◇세종시엔 대부분 외지인이 아파트 거래
반면 지난해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세종시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4328가구다. 이 가운데 외지인들이 총 3373가구를 사들여 전체 거래량의 78%를 차지했다. 10가구 중 8가구는 외지인들이 사들였다는 얘기다. 부산·대구 등지에서 활개쳤던 투기성 자금이 세종시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종시 S공인 관계자는 “매수자의 90%가 외지인”이라며 “외지인들이 집 한 채 산 뒤 전·월세를 내놓고 시세가 오르면 파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011년 12월 입주한 퍼스트프라임 전용면적 84㎡형은 시세가 3억원을 웃돈다. 분양가(2억3000만원 선)보다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세종시 한솔동 B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올라 거래를 중개하기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0.2% 하락했다. 6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0.59%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0.2% 올랐고 6대 광역시 역시 1.3% 올랐다. 청약시장도 열기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전국 청약경쟁률은 2.49대1로 지난해(3.68대1)보다 낮아졌다. 지방은 지난해 4.38대1에서 올해는 2.39대1로 크게 떨어졌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공급 과잉 여파로 지방 주택시장이 한동안 조정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