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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관리비 비리, 세입자에겐 ‘강 건너 불구경’

박종오 기자I 2013.05.08 06:32:58

세입자, 관리비 의결기구 참여권한 없어
지자체 "세입자도 피선거권 부여" vs 정부 "효과 미지수"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수도권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김모(여·59)씨는 이제껏 한 번도 아파트 동 대표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전·월세 세입자로만 거주한 탓에 선거가 남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비가 비싸다고 느껴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관리 권한을 가진 입주자대표회의는 집주인들로만 이뤄져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아파트 관리비 비리 개선방안과 관련, 세입자의 참여를 제한한 기존 제도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입자는 아파트 소유자와 똑같은 관리비를 내면서도 관리비 집행을 좌우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중이지만 견해차가 커 수용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초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갖고 아파트 세입자에게도 입주자대표회의의 피선거권을 부여토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는 지난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아파트관리비 혁신방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시는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세입자 참여를 확대하는 안을 포함했었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2월 같은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 세입자가 같은 관리비를 내면서도 대표회의에 끼지 못해 관리비 집행내역 결정에서 제외되는 게 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2010년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전체 아파트 단지 주민의 42%는 세입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 동 대표들로 이뤄져 각종 관리비 집행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단지 보수공사 및 용역·위탁 관리 업체들과 뒷돈을 주고 받는 사례가 적잖아 주민 참여를 통한 감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주택법상 동 대표가 될 수 없어 관리비가 부당하게 여겨져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검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내용이 공용시설물 보존이나 장기수선계획 등 주택 소유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세입자 참여를 허용해도 실질적인 투명성 제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리가 생기는 건 입주자대표들이 업체와 결탁해 관리비를 빼돌리기 때문인데 임차인이 새 대표로 참여한다고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 등 이미 일정부분 참여가 보장된 세입자들의 권한을 보다 확대하겠다고 주택법의 큰 체계를 흔들면 추가적인 분쟁만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보수적인 관점에서 소유자 중심의 주택법을 변경하길 원치 않는 것 같다”면서 “계속해서 세입자 참여를 위한 법 개정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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