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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의 시장 돋보기]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박형수 기자I 2012.12.07 07:42:26
[박기영 디멘젼투자자문 대표] 예전에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단기매매로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저술한 책이었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그 회사는 직원들의 키보드를 2분 내에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그 이유가 직원들이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기매매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설명해 주는 사례다.

그런데 왜 국내 많은 개인투자가들은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을까?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손실이 싫은 사람의 기본 심리가 자연스럽게 단기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투자대상 기업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일이 너무 번거롭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매매에 관한 한 개인투자가들은 기관이나 외국투자가들보다 경쟁우위가 없다.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주가의 움직임과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파악해 주식을 컴퓨터로 자동 매매하는 곳이 많다. 이들은 조사분석 능력과 우월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차트나 거래동향을 눈으로 보면서 매매 하는 개인투자자들보다 적어도 단기매매에서는 빠르고 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보다 정보력에서도 뒤쳐진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보면 단기매매는 개인투자가에 불리하다.

필자는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한 투자 방법은 가치투자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시장의 속성상 상당 부분 단기적으로 인기있는 주식에 몰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좋은 주식이나 단기적으로는 매력이 떨어져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는 이른바 저평가 주식이 생겨난다. 하지만 본질적인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들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지난 10년간 순자산 대비 주식가격이 낮아 저평가 됐던 주식에 투자한 경우 누적 수익은 무려 15배에 이른다.

또한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은 시장이 하락할 때 상당히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미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아져 있기 때문에 하락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가치투자는 원금손실의 위험을 줄여주면서 수익을 높일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투자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많은 투자가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평가된 주식이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은 시장이 상승할 때 극대화된다. 비록 손실은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익을 나지 않을 때 투자가들이 참고 견디는 것은 어렵다. 이는 투자가들에게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투자 방법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잘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한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경쟁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는 고민해야 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기업을 5개 군으로 분류해 PBR이 가장 낮은 기업(저평가 주식)과 가장 높은 기업(고평가 주식)을 3개월 단위로 선정해 투자. (2002.11월말 100 기준)
자료=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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