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22일 07시 0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누차 언급하듯이 미국경제에서 주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다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
주택관련 지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지만 투자부문에서는 27%나 차지하고 있는데다 승수효과가 크고 고용 등에도 파급되는 경향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여전히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주택경기가 미국 연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표들을 보면 주택경기 또한 서서히 바닥을 다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오늘(22일) 밤 발표되는 11월 기존주택 판매(Existing Home Sales)는 이런 기대섞인 분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11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7.2%나 늘어난 474만채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526만채 이후 5개월만에 가장 좋은 실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은 기존주택 판매에 비해 1~2개월 정도 선행성을 가지는 잠정주택 판매가 지난 9월에 1.8% 하락했다가 10월에 10.4%나 급반등한데서 출발한다.
사실 기존주택 판매는 미국 4개주의 기존주택 판매량을 집계한 통계인 만큼 주택관련 지표들 가운데 가장 후행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만큼 최종적인 경기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주택 착공과 직접 관련되는 신규주택 판매가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주택 매매시장에서 전체 80%나 차지하는 게 기존주택이고, 이런 기존주택 판매는 경제활동을 간접적으로 자극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흔히 기존주택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어 더 큰 집을 구매하게 되고 이사한 뒤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산다. 부동산 회사에도 커미션 소득을 주게 되고 이삿짐센터나 모기지 은행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특히 이들 기존주택 판매 재고가 소진돼야 신규주택 판매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점에서 기존주택 판매량과 함께 공개되는 주택 재고량을 동시에 살펴보는 게 유용하다.
올 중반쯤 기존주택 판매가 많이 늘어났을 때에도 일각에서는 주택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실상은 경매나 차압 등으로 주택 공급량 자체가 늘어나 주택 재고가 늘고 이것이 판매량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즉, 기존주택 판매대비 재고비율이 언제쯤 신규 주택공급이 이뤄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말 주택재고가 3.4% 감소한 386만채였다는 점도 기존주택 판매 증가와 함께 주택경기의 회복을 다소나마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기존주택 판매는 오바마 정부의 주택구입 세금 크레딧 덕에 작년 하반기부터 꽤나 호조를 보였지만 이 제도가 종료된 이후 올 하반기에 급락했다. 최근 몇개월간 개선세는 주택시장이 이런 세금관련 변수에 더이상 출렁이지 않는 수준까지는 안정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 당장 주택경기가 크게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도 성급해 보인다. 주식시장이나 소비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 증가가 여전히 더딘 점이 취약점이다. 아울러 주택 판매나 모기지 신청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모기지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 밤 발표되는 MBA 주간모기지신청건수(Mortgage Applications) 역시 주목해야할 지표다. 최근 건수가 살아나곤 있지만, 높아지는 금리 탓에 3주일간에는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오늘 밤에는 3분기 GDP 확정치(Real GDP Q3 Third Estimate)가 공개된다. 미국의 3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애초 2.0%였다가 2차 수정치 발표에서 2.5%로 높아졌고 이번 3차 확정치에서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으로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성장률 상향은 주로 재고쪽에 집중돼 있다. 제조업과 도매 재고가 큰 폭으로 종전 추정치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소매 재고는 완만하게 늘어났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