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주식시장이 18일(현지시간) 반등 하루 만에 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어제 점심 무렵 장중 저점을 기록한 후 장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오늘은 반대로 장 막판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BaFin)가 오늘 자정부터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국가가 발생하는 채권은 물론이고 독일의 10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장 후반 매물이 크게 늘었다.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네이키드 숏셀링)는 주식이나 채권을 빌린 상태에서 매도 주문하는 숏셀링(short selling) 등의 대주 거래와 달리, `보증 물이 없다(naked)`는 말 그대로 빌린 주식이나 채권 없이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는 평상시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발 재정위기처럼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때는 공매도 세력이 급증하면서 시장의 폭락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감에 편승한 투기세력을 차단하려고 유로존 채권과 대형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월가의 투자자들은 유로존의 상황이 도대체 얼마나 불안하길래 하루가 멀다고 비상조치들이 쏟아지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 안정 조치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만 가중시킨 셈이다.
제임스 폴슨 웰스캐피탈 매니지먼트 수석스트래티지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시장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떠한 종류의 거래라도 규제되거나 금지된다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며, 미국이 금융위기 때 똑같은 조처를 했지만,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이클 오루크 BTIG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독일의 공매도 금지는 마치 시장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독일이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일의 공매도 금지가 거의 패닉 상태처럼 보이게 했고, 이는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독일은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자신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부가 유로존 채권과 대형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함에 따라 공매도 세력이 유로존의 공용통화인 유로화를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우려했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통화 스트래티지스트 "공매도 세력들이 매도가 필요하면 언제든 유로화를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알고 있다"며 "예상을 못 한 독일의 조치는, 투자자들에게 유럽연합(EU)의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대표는 공화당의 몇몇 의원들이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 논쟁을 끝내고, 법안 처리를 위해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 미국 은행주를 더욱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파이낸셜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럽의 불안한 시장환경에다, 미국의 금융개혁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