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백제인이 일본에서 세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금강조(金剛組·곤고구미)’가 창업 1428년 만에 내년 1월 청산된다.
건축회사인 곤고구미는 쇼토쿠(聖德) 태자가 백제에서 초빙한 장인 유중광(柳重光)이 시텐노지(四天王寺)를 건설한 578년을 창업연도로 잡고 있다. 이후 유중광의 자손들인 금강(金剛·곤고) 집안에서 곤고구미의 ‘당주(堂主)’ 자리를 지금까지 이어왔으며, 작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곤고구미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선정했다.
곤고구미는 오사카(大阪)의 시텐노지를 비롯, 나라(奈良)의 호류지(法隆寺) 등 일본 고대 건축을 대표하는 2대 사찰을 건립했으며, 건축 외길로 가업을 이어온 일본 ‘시니세(老鋪)문화’의 대표 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1980년대 매입한 토지가 거품경제 붕괴로 폭락하면서 누적된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해 청산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현재 매출은 75억엔, 종업원은 약 100명이다.
청산 후 곤고구미의 영업은 중견 건설회사인 다카마쓰(高松)건설이 지난 11월 설립한 같은 이름의 자회사 ‘곤고구미’에 양도되지만, 금강가의 자손 곤고 마사카즈(金剛正和) 사장(40대 당주)은 곤고구미 청산과 함께 퇴임할 것으로 알려져 곤고구미의 1400년 가업사(家業史)는 사실상 끝을 맺는다. ‘백제혼(魂)’이 담긴 곤고구미의 영업 양도액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곤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고대 백제의 건축 기술을 유지·발전시킨 기업으로 꼽힌다. 시텐노지는 현재 매년 11월 신(新)문물을 가지고 한반도에서 온 사절들을 기념하는 ‘사천왕사(시텐노지) 왔소’ 행사가 열릴 정도로 일본의 한국문화 전승을 상징하는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곤고구미는 1955년 가족 회사에서 주식회사로 탈바꿈했으나, 최고경영자(CEO)에 해당하는 ‘당주’는 계속 곤고가가 맡았다. 청산과 함께 퇴임하는 40대 당주 마사카즈(正和)는 1400년 동안 조상이 살았던 집터에 그대로 살고 있을 정도로 역사에 대한 애착이 강한 기업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곤고구미는 ‘백제 기술’을 바탕으로 사찰 전문 건축회사로 명성을 이어갔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때 고가도로가 넘어지고 땅이 갈라지는 와중에도 곤고구미가 지은 절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거품시대 단 몇 년 동안 쌓은 ‘부(負)의 유산’이 1400년 가업사를 한순간에 날려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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