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산업기술 분야의 수요에 비해 매년 4만 명 가까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한 내용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3만 6450명, 2021년 3만 7667명, 2022년 3만 8476명이나 부족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R&D) 및 기술직으로 필요한 인력이 그만큼 모자란다는 것이니, 미래 먹거리를 놓고 각국 기업과 다퉈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국가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AI) 분야다. 2022년의 경우 전체 9247명이 배출된 이공계 박사 가운데 AI 분야는 618명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현실은 막막하기 그지없다.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통신 등 다른 분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12개 핵심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놓았지만 이공계 박사 취득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은 이들 분야와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곧바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공계 재학생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전공을 포기하고 내년도 대학수능시험에 도전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그렇잖아도 최근 들어 이공계 석박사 과정이 줄어들면서 2040년께는 그 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해외로 진출하는 고급 두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미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과학기술 인재들에게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풀에 꺾여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기도 어렵다. 우수 인재들이 산업계, 학계, 정부 부처를 옮겨다니며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정부와 민간이 이제라도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