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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경쟁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전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국가별 수출액 순위에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반면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의 최일선에 있는 전시산업의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65위로 한참 뒤처진다. 수출액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6위), 프랑스(10위)와도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표다.
한국보다 수출액이 많은 중국, 독일은 상위 20위 안에 드는 대형 전시장만 각각 8개, 4개에 달한다. 중국은 국내 17개 전시장을 모두 합친 규모(33만㎡)와 비슷한 30만㎡가 넘는 대형 전시장만 4개를 갖췄다. 수출 강국들이 전시산업을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을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미 충분해 보이는 인프라를 갖추고도 대형 전시장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형 전시장만 늘려서도 안 될 일이다. 무분별한 전시장 건립은 내부 출혈 경쟁만 부추기는 ‘악수’(惡手)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시장 규모가 늘어난 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시설을 굴릴 마케팅·운영 능력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고민해 봐야 할 점은 우리 전시산업의 영토를 넓히는 일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전시회를 해외에서 개최하고 국내 전시장 운영사가 해외 전시장을 운영하는 식으로 전시산업 자체를 수출 산업화하자는 것이다. 산업 영토를 해외로 넓히는 과정에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차곡차곡 쌓일 노하우는 국내 전시회의 국제화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때마침 킨텍스가 서남아의 중심 인도에 야쇼부미 전시장 20년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오는 11월엔 서남아 최대 전시장인 야쇼부미에서 첫 주최 산업 전시회인 ‘한국종합산업대전’(KoIndex) 개최도 앞두고 있다.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이어 산업 전시회가 흥행에 성공하고, 수출 지표가 호조를 이어가는 지금이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최적기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