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줄곧 상승세를 보이며 12월 0.35%에 이어 올 1월 0.38%, 2월 0.42%까지 치솟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규 연체 발생이 줄고 은행들이 누적된 부실 채권 정리에 적극 나선 결과다. 기업대출을 합친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도 3월말 기준 0.4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낮아졌다.
긍정적인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8.9%를 기록해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분기(100.5%)에 100%를 넘은데 이어 2022년 1분기에는 105.5%까지 높아졌으나 이후 2년만에 6.6%포인트 낮아지는 등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년째 세계 1위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2위인 홍콩(92.5%)보다 6.4%포인트나 앞서는 압도적 1위이며 인접한 중국(63.7%)이나 일본(63%)과 비교하면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가계대출 연체율(0.37%)도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0.2%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가계대출이 다시 큰 폭(5조 1000억원)으로 늘었다.
연체율이나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나 아직도 가계의 고부채 구조는 여전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해 8월 가계부채의 적정선을 GDP의 80%로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가야 할 길이 멀다. IIF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주체할 수 없이 오르는 집값이 젊은 세대들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사기) 대열로 내몰았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집값 안정이 선결 요건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축소 노력을 더욱 강화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