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을 96.5%의 압도적 지지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한동훈 비대위가 공식 출범했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야당에 끌려다니다 100여일 후 총선을 치르게 된 여당이 택한 초고강도 처방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비대위 실험이다. 중앙 정치 무대 경험이 전무한 한 위원장은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도 정치적 미래와 함께 정권의 명운까지 걸게 됐다.
한동훈 비대위의 시작은 순조롭다. 꼿꼿하고 반듯한 강골 검사 이미지를 국민에 심어준데다 야당의 비난과 흠집내기 공세에 기민하게 대처한 법무부장관 시절의 언행 등이 그와 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2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 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2.6%포인트)를 9개월 만의 가장 작은 수준으로 좁혔다.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에서는 한 위원장이 45%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41%)를 앞지른 결과까지 나타났다. 각종 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이 대표를 단숨에 1위에서 밀어낼 만큼 한 위원장의 데뷔가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대한민국은 훨씬 더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한 위원장의 개혁과 변화를 향한 드라이브는 거침없이 이어질 게 분명하다. 보수지지층 결집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낡은 정치 청산에도 앞장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대당을 향해서는 혐오와 적개심을 앞세우면서도 뒤에서는 특권과 특혜의 짬짜미를 공유해 온 정치인들의 구태 혁파에도 가시적 성과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비대위의 성패가 가려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일방적 국정 운영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첫 번째 과제다. 민심은 그가 대통령과의 수직 상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할 말을 다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28일 표결에 부쳐질 ‘김건희 특검법’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등은 ‘절대수용불가’라지만 여론은 약 70%가 특검을 지지하고 있다. “누구에게 맹종한 적 없고 공공선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그의 소신과 행보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