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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든 택시기사 해고한 대표 벌금형…대법 "부당노동행위 인정"

박정수 기자I 2023.03.10 06:00:01

제2노조 설립 택시기사 회유 안 되자 해고 통보
과실 교통사고 등 표면적 이유로 해고…노조 반대에 복직
고정서 임시 배차로…대형사고 이력에 오래된 택시 배차하기도
1·2·3심 부당노동행위 인정…계약 만료 전 복직 고려해 벌금 300만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해고한 운수업체 대표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한 택시업체 차고지에서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천안시의 한 운수업체 대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운수업체 대표 A씨는 택시기사 B씨가 2019년 6월 12일 C노동조합총연맹 D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19년 6월 15일 B씨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운수업체에는 제1노조가 있는 상태였다.

A씨는 B씨가 제2노조 설립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제2노조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2019년 6월 10일 B씨을 만나 제2노조 설립을 만류했다.

특히 A씨는 면담하는 과정에서 B씨에게 “노조 만드는 것은 근로자 권리이나 우리 회사 현재 상황으로 볼 때 2개 노조가 있는 것보다 1개 노조가 있는 것이 좋겠다”며 “단일 노조로 갈 수 있도록 1노조와 협의하면 좋겠다”고 노조 가입을 포기하도록 회유했다.

그런데도 B씨가 2019년 6월 12일 제2노조를 설립하자, A씨는 같은 날 바로 B씨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B씨는 1년 기간제로 고용됐고, 계약 기간 만료는 2019년 6월 21일이었다. 운수업체는 운전기사가 부족해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근로계약은 자동 연장되기 때문에 B씨는 근로계약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수업체는 2019년 1월과 3월 B씨 과실로 사고가 났다는 표면적 이유를 들어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근로계약 해지 통보 후 A씨의 아들(운수업체 상무)은 2019년 6월 17일 B씨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B씨에게 제2노조 활동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하면서, 만일 그렇게 한다면 해지 통보를 철회하고 1년 계약을 다시 해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후 노조가 B씨의 계약종료 철회를 요구했고, 운수업체는 2019년 6월 22일 B씨를 다시 복직시켰다. 하지만 회사 측은 B씨에게 고정 배차를 하지 않았고, 임시 배차 대상자로 두었다. 또 기존에 B씨가 운행하던 택시보다 연식이 오래된 택시를 배차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심에서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해고한 것은 불이익 처분 해당한다며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의 제2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하고, 그에 따라 배차를 변경했다. 그러한 행위가 B씨에게 노조 관련 행위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B씨에게 제2노조 활동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하면서, 해지 통보를 철회하고 1년 계약을 다시 해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은 B씨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사유가 두 차례 사고가 아닌 제2노조 설립임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사정이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차량 연식이 1년 차이 나는 것만으로는 별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B씨에게 배정한 차량은 기존에 운행하던 차량과 단순히 연식만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사고 이력, 주행거리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보다 불이익한 취급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B씨에 대한 해지통보 시점, 노동조합 설립 전후의 정황, B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해지 사유로 들고 있는 교통사고 이력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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